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어제(17일) 곽상도 前의원의 자택과 하나은행 본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를 한다는 비난이 빗발치는 와중에서도 꿈쩍하지 않던 검찰이 돌연 태세를 전환하면서 수사가 과거 부산저축은행 관련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곽 前의원의 서울 송파구 자택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여신 업무 및 프로젝트파인낸싱(PF) 담당 부사를 대상으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곽 의원은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주고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곽 前위원이 김만배(前머니투데이 부국장)기자의 부탁을 받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줬다고 보고 있다. 김씨와 곽 前의원, 김 회장은 모두 성균관대 동문이다.
수사 초기 검찰은 병채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이후 그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지만, 곽 前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조만간 곽 前의원을 소환해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곽 前 의원과 하나은행 측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상태다.
검찰은 곽 前의원과 함께 정치권에서 ‘50억 클럽’ 명단으로 지목됐던 박영수 前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 권순일 前대법관 등에 대한 로비 의혹도 들여다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박 前특검 수사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대장동 사건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과 박 前특검의 첫 인연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前특검은 2009년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던 대장PFV측에 부산저축은행의 1100억원의 대출을 알선한 조모 씨 변호를 맡았다.
당시 조 씨는 피의자나 다름없는 상태로 소환됐다가 참고인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감옥문 앞에서 입건을 피한 것인데 여권에선 주임 검사였던 윤 후보가 박 前특검과의 관계를 고려해 ‘봐주기 수사’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구속기간(22일까지)이 얼마남지 않은 김 기자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끝낸 뒤 박 前특검에 대한 수사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시작된다면 윤 후보가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윤석열, 대장동 불똥 튈까... '50억 클럽' 박영수와 연루
한편, 지난 15일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는 국회에서 “윤석열 검사의 직무유기성 수사, 부실수사에 대해 검찰은 즉각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TF 단장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총자산의 8.76%에 달하는 1155억원이라는 거액 대출을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에게 해준 것"이라며 "이런 대규모 부실대출이 수사대상에서 빠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장동 대출은 대출알선료 100억원이 '꺾기' 방식으로 부산저축은행에 돌아갔고 10억3000만원이 조우형 변호사 측에 건내진 불법 대출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이다.
◆ 특검 들고 나온 與... 검찰 '아픈 곳' 찔렀다?
앞서,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대장동 논란 의혹 특검과 관련해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하나은행이든 국민의힘 공직자든 누구든 가릴 것 없이 엄정하게 있는 그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하면 당연히 특별검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후보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와 관련해서는 "매우 미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며 "최초자금조달단계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가 있었는데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가 알면서도 입건하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해 토건비리의 토대를 만들어줬다는 점을 전혀 수사하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7천억원에 달하는 대부분 자금을 부담하면서도 이익 배당을 특정인에 몰아주는 설계를 했는데, 이거야말로 배임 혐의 아니냐. 왜 수사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돈의 흐름 추적이 상식인데 이미 나온 50억 클럽 등 관련자들이 많은데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알 수 없다"며 "공공개발을 못 하게 막고 민간개발을 강요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나 시의회 지도부 등은 직권남용, 배임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사기에서 시작된 돈이 국민의힘 관계자 및 그 주변인물들(곽상도,원유철,박영수 등)을 향했다는 강한 의혹이 드리워져 있는 가운데 ‘화천대유 국민의힘 토건비리 게이트’의 실체를 밝힐 열쇠는 바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더불어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를 덮기 위해 곽 의원만 재물로 던지고 '꼬리 자르기'로 끝내서는 안될 것이며 곽 의원은 물론 저축은행 부실수사에도 걸려있는 윤 후보에게도 반드시 공정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검찰과 공수처 모두에게 아픈 곳이 될 것'이지만 특히 검찰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 '제식구 감싸기' 때문에 공수처가 생겼는데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를 못해 특검이 발동된다면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할 명분도 그 만큼 약해진다는 논리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든 승부를 보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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