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다. 저작권을 모두 넷플릭스에 넘겨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해야 할 점은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모든 관계자가 앞으로 얻게 될 것들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그들에게 안정적인 수익과 함께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주었다. 거기에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해당 작품을 소개하였고, 성공을 이뤄냈다. 또한, 감독을 비롯한 모든 제작 관련 인력들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올려줌으로써 차기 작품을 준비하면서 얻게 될 기대수익을 크게 높였다. 오징어 게임 1편은 200억 언저리에서 제작할 수 있었다면 제작이 확정된 2편은 그보다는 훨씬 높은 제작비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것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여주지 못한 장면이다. 또한, 모두 확인해 주진 않지만 글로벌 채널의 아시아 본사 또는 책임자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조금씩 이전하거나 임명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한 바가 크다.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국내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OTT 사업자들은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그 속내가 매우 복잡하다. 정부의 지원을 바라면서도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이 규제로 이어질까 불안해한다. 반면, 지난해 정부가 국내 미디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각 부처와 전문가들이 모여 “집합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에 의미가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안에 대해서 신속하고 총체적인 문제 해결의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미디어 산업의 거의 모든 문제를 포괄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업자들도 그 부분을 아쉬워하고 있다. 의지에 비해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 공정위가 각자 OTT에 대해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정부의 OTT규제 관할권 확보를 위해 부처별 입법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역할을 나눠서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하지만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언급한 집합적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정책을 제언 드린다. 먼저 법적 지위를 각 부처가 단일한 안으로 해야 한다. 3개 부처의 3개 법안이 각자 추구하는 지위가 다르면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OTT 자율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 콘텐츠 투자로부터 시청자에게까지의 도달은 시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이제는 과감하게 등급 심의를 시장에 맡기고, 혹여나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민관협력 자율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미디어 사업자가 자율규제 기준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이를 정부에 등록 후, 그 규정을 근거로 사업자들에게 정부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의무를 위반하거나 대응이 미흡한 경우 행정 규제를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자율규제의 규정을 개발하고 시행하면서 지원하고 부족한 부분에 개입 및 강제함으로써 실질적 규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민관 협력에 기반한 자율규제 모델 마련을 통해 사업자와 정부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규제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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