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전 분야로 발 뻗는 중국 대표 백색가전업체들
18일 중국 경제 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전기(格力電器)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주식 양도, 비공개 주식 발행 등 방식으로 30억 위안(약 5547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중국 신에너지기업인 둔안인공환경(盾安環境, 이하 둔안환경) 지분 38.78%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1987년에 설립된 둔안환경은 중국 유명 냉동 공조 시스템기업이자 거리전기의 중요 공급업체 중 하나다. 둔안환경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7년부터 신에너지차 열관리 부품 사업도 도맡아서 해왔는데, 현재 중국 토종 전기차업체 비야디(比亞迪), 웨이라이(蔚來)자동차(니오) 등 신에너지차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리전기는 둔안환경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신에너지차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데 용이할 것으로 기대했다. 거리전기는 현재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같은 날 중국 대표 가전기업인 하이센스(海信·하이신)도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독일 지멘스의 스마트교통 분야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서 하이센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시장에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이센스는 최근 몇 년간 스마트교통 분야에 열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부터 하이센스는 스마트교통 연구개발팀을 꾸려 교통신호제어시스템, 공공버스 자동 도착보고 시스템 등을 출시해왔다.
또 중국 당국이 14차 5개년 계획으로 스마트교통 분야에 주력하면서 하이센스도 중국 당국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엔 하이센스는 일본 기업 산덴을 인수해 자동차용 에어컨 컴프레셔 시장 진출에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중국 백색가전업체, 성장세 둔화로 자구책 모색
중국 대표 백색가전업체들이 비가전 분야로 '한눈'을 파는 이유는 가전업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급속도로 발전했던 중국 백색가전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한계에 도달해 소매 판매 규모가 급감했다. 실제 소매판매 규모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감소 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 중국인 1인당 가전제품 보유 비중이 포화에 달한 데다, 부동산 시장 둔화에 따른 가전 소비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거리전기는 에어컨 판매 성수기로 불리는 3분기에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 3분기 실적이 앞서 1~2분기보다 부진하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매출과 순익이 동반으로 급감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3분기 매출과 순익은 각각 470억8000만 위안, 61억8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15.6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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