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잔여지분 매각을 통한 완전민영화에 성공함에 따라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게 됐다. 지난 23년간의 정부 그늘에서 벗어나 민간주주 중심의 내부구조 재편을 통해 보다 공격적이고 효율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손태승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던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과제가 탄력을 받게 됐고 새로운 주주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 증권·보험사 부재 ‘미완의 종합금융’…손태승號 비은행 강화 ‘속도전’
지난 2019년 1월 지주사로 재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의 최대 목표는 단연 ‘종합금융그룹 1위’다. 2018년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1년 만에 우리금융 초대 회장을 맡은 손태승 회장 역시 기회가 닿을 때마다 “1위 종합금융그룹이 될 수 있는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결과만 놓고보면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종합금융그룹의 기업 포트폴리오 상 마지막 열쇠로 꼽히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여전히 부재하기 때문이다.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이들 계열사가 없는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후 비은행 수익 비율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2조1980억원)을 살펴보면 은행 비중이 83%, 비은행 비중이 17% 수준으로 은행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이번 ‘완전민영화’를 기점으로 우리금융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주주 중심 경영이 본격화되고 자율성이 한층 강화되면서 보다 공격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도입을 최종 승인받으면서 증권사 등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이 확보된 측면도 향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유진PE-두나무 주주 참여로 종합금융그룹 도약·미래금융 선점 기대감 ↑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우리금융 신규 주주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 ‘유진PE’와 ‘두나무’ 등과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유진PE는 유진그룹 계열 PEF 운용사로 2015년 유진증권으로부터 분사해 설립됐다. 유진그룹은 유진PE 외에도 금융사로 유진투자증권, 유진투자선물, 유진자산운용 등을 보유하고 있고 은행업(유진저축은행) 경영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입찰에서 우리금융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된 유일한 주주인 유진PE가 재무적투자자(FI)로 우리금융 완전민영화 성사 후 회사의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안정화 등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유진투자선물 등 계열사를 보유한 유진그룹이 우리금융과 낼 수 있는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으로 1조8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두나무 역시 우리금융 지분 1%를 낙찰받게 됐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로 막강한 자금력과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에 강점이 있고 비상장 주식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새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업(코인플러그)와 합작사를 세우고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뛰어든 상황에서 미래 금융 먹거리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사들 역시 향후 비은행 M&A를 통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리금융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은 물론이고, 증권업·가상화폐 등 분야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이들의 자금력과 우리금융 간 시너지는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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