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광군제 끝나자…'중국판 당근마켓'서 '광클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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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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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명 애용하는 中 중고마켓 1위 '셴위'

  • 충동구매 급후회···셴위로 '우르르'

  • 낮은 진입문턱·타오바오와 연계 장점

  • 공유경제·친환경에···中 중고거래 '팽창'

중국 1위 중고마켓 플랫폼 셴위

"11월 11일 자정 0시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 쇼핑'을 마친 후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 달은 풀만 먹고 살아야 하나, 한숨이 나왔다. 결국 충동 구매한 제품을 되팔기 위해 즉각 셴위(閑魚) 앱을 켰다."

중국 후난성 중소 도시에 사는 샤오신씨가 중국 현지 언론 제몐망에 털어놓은 광군제(光棍節) 쇼핑 후기다. 그는 올해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11·11 광군제 때 평소에 값이 비싸서 사지 못했던 화장품을 무더기로 샀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출혈이 너무 컸다. 결국 그가 찾은 건 '중국판 당근마켓'이라 불리는 중국 중고거래 앱 셴위다. 셴위는 중국 최대 중고마켓 플랫폼이다. 

샤오씨가 광군제가 끝나고 나서 셴위에 팔려고 올린 화장품은 모두 15개. 아이크림, 수분크림, 바디로션, 클렌징 오일, 마스크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이 할인행사 증정품으로 받은 것이다. 제품마다 사진을 찍어 설명과 함께 올리고 구매 의향이 있는 이용자와 가격 협상까지 했다. 샤오씨는 "광군제 쇼핑 때보다 더 바빴다"며 "그래도 광군제 때 소비한 금액의 3분의1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11·11 광군제 행사가 끝나자마자 셴위에서 중고품 거래가 활황을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충동구매 급후회···中 1위 중고마켓 셴위로 '우르르'
광군제의 마지막 쇼핑 전장(戰場)이 셴위다. 충동 구매에 따른 보상 심리로 물건을 팔려는 사람, 광군제보다 더 싼값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 중고품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려는 사람까지 모두 셴위로 모여든다. 

원플러스원(1+1), 투플러스원(2+1) 등 할인 행사로 추가로 증정받은 제품, 충동 구매로 산 쓸데없는 제품, 반품하고 싶은데 이미 포장을 뜯어버린 제품, 새로 바꾸면서 쓸모없어진 중고품이 주요 거래 대상이다. 

"쓰지 않는 샘플 저가에 팝니다", "1+1으로 받은 물건 싸게 팝니다", "구하기 힘든 한정판인데 원가에 팝니다", "1번밖에 안 쓴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 팝니다" 같은 문구가 셴위 페이지 곳곳을 장식한다. 
 

광군제 때 충동구매로 후회한 이용자들이 셴위 플랫폼에 올려놓은 매물들. [사진=셴위 플랫폼 캡처]

28세 사회 초년생 천위씨는 평소 뭐가 필요하다 싶으면 셴위 앱부터 여는 셴위 애용자다. 올해도 광군제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셴위에서 저렴한 가격에 마작, 세탁용 세제, 헤어드라이어 등 총 700위안어치 이상을 쇼핑했다. 

광군제가 끝나면 셴위에서 아예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장사꾼'도 있다. 베이징에서 휴대폰 수리점을 운영하는 아무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올해도 광군제가 끝나자마자 수시로 셴위를 들락거리며 중고 스마트폰이 매물로 나와 있는지를 살폈다. 

가을은 애플 등 스마트폰 업계의 신제품 출시의 계절이다. 그래서 광군제만 되면 할인 보조금을 받아 스마트폰을 새 걸로 교체하려는 고객이 급증한다. 이들이 셴위에 올려놓는 중고 스마트폰을 싸게 사서 팔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아무씨는 베스트셀러 중고폰 50대만 건지면 매달 1만 위안은 쉽게 번다고 말했다. 

셴위에서 재테크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할인 폭이 크고 판매수량이 적은 희소품이 그 대상이다. 사진찍기가 취미인 샤오양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올해 광군제 때 중국 온라인쇼핑몰 징둥에서 할인을 받아 후지 카메라와 렌즈를 6100위안에 건졌다. 시장에서 7300위안에 팔리는 모델이었다. 할인 폭이 워낙 크고 판매 수량도 적어서 냉큼 샀다. 그리고는 광군제가 끝나자마자 셴위에서 6900위안에 팔아 800위안의 이윤을 남겼다. 

이밖에 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사용하는 '얼리어답터'에겐 셴위가 신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체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샤오양씨는 "매년 셴위에서 약 10만 위안어치씩 거래하는 것 같다"며 "일단 새 디지털 제품이 매물로 나오면 무조건 사서 체험해 보고 나서 되판다"고 했다. 일부는 손해 보고 팔기도 하지만 어쨌든 신제품을 체험해 봤기 때문에 조금 손해보는 건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낮은 진입문턱·타오바오와 연계···셴위의 인기 비결
올해 유난히 광군제가 끝나고 나서 셴위에서 거래가 활황을 띠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다수 브랜드는 예전처럼 최저가를 내세워 싼값에 물건을 팔기보다는 '1+1'이나 '1+10' 같은 증정품 혜택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안기는 동시에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증정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받은 고객들로선 쓸모 없어진 증정품을 셴위에 내다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내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전자상거래) 인기로 충동구매도 늘어났다.  라방의 할인 유혹에 빠진 소비자들이 일단 주문부터 하지만, 사놓고 쓰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집에 묵혀두느니 이를 되팔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게다가 셴위는 거래 문턱도 타오바오 같은 다른 온라인쇼핑몰보다 낮고 제품 거래 프로세스도 간단하다. 보증금도, 광고도 필요 없어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셴위가 벌인 각종 마케팅 행사도 효과적이었다. 유명 인플루언서 페이치밍(費啟鳴) 등 유명인사까지 섭외했을 정도다. 

이밖에  알리바바 산하 쇼핑몰 타오바오와의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셴위의 장점이다. 사실 셴위는  타오바오의 중고거래 사업 부문에서 2016년 독립한 중고마켓으로 알리바바 생태계 플랫폼이다. 셴위에는 타오바오에서 쇼핑한 물품을 클릭 몇 번 만으로 손쉽게 되팔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최근엔 셴위가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생활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단순히 중고품 거래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취미 등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며 '취안쯔(圈子·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야구 글러브를 사고파는 사람들은 야구라는 취미를, ○○○콘서트 티켓은 ○○○팬들이 사고파는 등 공동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구매 행위는 이용자 구매 성향을 파악해 빅데이터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유경제·친환경 바람에···中 중고거래 '팽창'
한편 중국 중고거래 시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는 지난해 중국 중고 전자상거래 규모가 3745억5000만 위안으로, 이용자 수만 1억8000만명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과 중국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중국 중고거래 탄소감축 보고서'를 보면 중국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5년 3조 위안(약 558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공유경제 활황 속 소비자들의 중고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중고거래 시장의 잠재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 중고거래 플랫폼 1위는 셴위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셴위의 월 활성화 이용자 수는 이미 1억명을 돌파했다. 전체 이용자 수도 3억명이 넘는다. 지난해 거래액(GMV)은 2000억 위안으로, 올해는 이보다 2.5배 늘어난 50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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