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해왔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상승세가 최대 10분의1 수준으로 위축됐다. 집값이 쉴새 없이 오르면서 시장에 피로감이 형성된 데다 대출 규제로 20~30대의 주택 구매력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매매지수 통계에 따르면 8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0.29% 수준이었던 도봉구는 11월 넷째주 0.05%까지 떨어졌다. 10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0.1%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10월 말부터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같은 기간 노원구도 0.39%에서 0.09%로 낮아졌다. 강북구는 7월 셋째주 0.18% 오른 것이 올해 최고치였는데 이번주에는 보합 수준(0.02%)까지 내려앉았다.
또 다른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금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8월 넷째주 0.26% 올랐던 관악구는 이번주 0.03% 상승에 그쳤다. 9월 첫째주 상승률이 0.24%였던 구로구와 0.22%였던 금천구도 각각 0.12%, 0.07%로 반토막, 3분의1 토막 났다.
10월 중순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대체로 둔화되긴 했지만, 외곽의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이들 지역의 둔화세는 더 두드러진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여파에 주요 수요층이 매수 여력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강남 3구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서초구는 오히려 8월 이후 매주 0.20% 이상 계속된 강한 오름세가 현재도 이어지며 서울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초의 11월 첫째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0.25%, 둘째주 상승률은 0.23%를 보였고, 이번주에도 0.19%로 용산구(0.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9월 둘째주 각각 0.26%, 0.28%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후 상승세가 서서히 둔화되고 있지만, 11월 넷째주에도 여전히 0.17%를 기록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 규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대출을 통해 중저가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수요층이 타격을 입었다"며 "강남 3구나 마포·양천 등 교육, 재건축, 한강변 조망 호재가 있는 곳들은 이미 15억원이 넘어 대출 규제 영향이 적기 때문에 타격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서울 외곽 지역이 연내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대출 규제에 집값 고점 인식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최근과 같은 거래 절벽이 이어진다면 중저가 지역 일부에서 하락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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