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9개월만에 최대 급락···유가도 70달러 밑으로
아직 오미크론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때문에 장기적 영향력을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다만 새 변이가 확진자를 폭증시키는 것은 물론 위중증환자와 사망자의 숫자마저 늘리면서 다시 팬데믹 시대를 연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인 가장 큰 동력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으로 예상보다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짓눌렸던 수요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국제유가 역시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 전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오미크론 등장에 금융시장의 흐름은 단번에 바뀌었다. 이스라엘이 2주간 국경을 봉쇄한 것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속속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경기가 다시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우려로 달러와 미국 국채금리가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연준의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의 데이비드 코톡 사장은 "시장이 팬데믹의 종료를 축하하고 있는 자리에 다시 폭탄이 떨어지면서, (팬데믹은) 끝나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 정책은 물론이고 경제성장, 전망, 레저와 여행서비스업 회복 전망 등이 모두 일시정지 상태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여행관련 주들의 타격이 컸다. 미국 크루즈업체인 카니발과 로열캐리비안은 각각 11%, 13.2% 하락했으며, 항공업체인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역시 각각 9.6%, 8.8% 떨어졌다.
일단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05.04p(2.53%) 하락한 3만4899.34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06.84p(2.27%) 내린 4594.62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3.57p(2.23%) 낮아진 1만5491.66을 기록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지난해 10월 28일, 올해 2월 25일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공포를 반영했다. 반면 모더나 주가는 20% 이상 급등했으며, 화이자 주가는 6.1% 올랐다. 물론 이날 시장은 추수감사절 전후로 줄어든 거래량 탓에 변동성이 더욱 커졌을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국제유가 역시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수요 급감이 원유 과잉을 또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10.24달러(13.06%) 빠져 68.15달러에 마감하면서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안전자산으로 쏠린 자산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치료제까지 속속 나오면서 코로나19에 덜 민감해졌던 시장의 판세는 뒤집혔다. 보파글로벌리서치가 최근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러스가 시장에 대한 이른바 '꼬리 위험' 목록에서 5위 정도로 하락했었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수개월 동안 시장을 움직였던 인플레이션과 연준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안전자산으로 다시 돈이 쏠렸다. 채권 가격이 상승했고, 가격과 반비례하는 수익률은 하락했다.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 1.644%에서 1.482%까지 하락했다. 달러는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승세를 멈췄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54.04% 오른 28.62를 기록하면서 두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새로운 코로나 변이 우려에 17개월 만에 가장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범유럽지수인 유럽 Stoxx600지수가 3.7% 하락하면서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주가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유명 백신제조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화이자는 오미크론과 관련한 변이 실험에 대한 결과가 적어도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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