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긴 바닷길을 끼고 있는 새만금. 전북 군산에서 부안까지 33.9km에 이르는 새만금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이전 네델란드 주다치 방조제(32.5km)를 제치고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새만금방조제 물막이 공사는 1991년 11월 28일 첫 삽을 떴다. 2021년 11월 28일은 꼬박 30년 되는 해다. 새만금사업 최종 완공 연도는 2050년이다. 지금까지 30년, 앞으로도 30년을 더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60년은커녕 30년짜리 국책사업은 없었다. 새만금사업은 건국 이후 최대 토목공사다.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혀 두 차례 공사가 중단됐고, 애초 농지 위주 개발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수질문제가 불거지면서 새만금 상류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 수질개선 사업으로 확대됐다.
새만금사업 30주년을 맞아 23일 정부는 김부겸 총리 주재로 제1차 정부지원위원회 회의를 전북도청에서 주관했다. 2023년 계획된 새만금국제잼버리를 점검하는 회의였다. 정부 부처 장관과 차관이 대거 참여한 회의였다. 재경 전북도민회 산하 새만금위원회 위원들도 22, 23일 새만금사업 현지를 돌았다. 재경도민회 유인수 상임부회장과 위원 20여명은 새만금개발청을 비롯해 부안군, 김제시, 전북연구원, 농촌진흥청, 잼버리대회 현장을 방문해 새만금사업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부지원위원회 회의와 새만금위원회 현장 방문을 토대로 새만금 사업이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추진될지 짚어봤다.
△ 우여곡절 끝에 첫 삽 뜬지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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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방조제는 2006년 4월 21일 끝물막이 공사 마쳤다. 첫 삽을 뜬지 꼬박 15년만이었다. 그동안 환경단체 반대로 물막이 공사는 두 차례 중단됐다. 그러나 수질과 환경 우려에서 촉발된 논의는 우리사회가 한층 성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는 민간공동조사단을 꾸려 환경단체가 제기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이 결과 새만금 상류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 수질개선은 물론 익산 왕궁축산단지 이전 사업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바람직한 선례를 남겼다. 새만금사업이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새만금 내부 이용계획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
△ 농지 100%에서 30%로 대폭 축소
애초 새만금사업은 식량증산이 주된 목적으로 내부 토지는 100% 농지로 계획됐다. 그러나 수질문제가 대두된 데다 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농지 면적을 30%로 대폭 줄였다. 대신 산업과 관광, 생태를 포함한 복합용지를 70%로 늘렸다. 새만금개발청이 제시한 내부 용지 계획은 ▲그린에너지와 신산업 허브 ▲명품 수변도시 ▲친환경 첨단농업단지 ▲관광생태 중심도시 ▲개방형 경제특구다. 단순한 농지에서 두바이나 중국 푸동항과 같은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복합산업단지로 개발 방향이 대폭 수정됐다. 기업유치도 상당부분 진척됐다. 31개 기업이 입주계약을 체결했고, SK는 새만금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군산지역 산업단지 560만평 가운데 100만평 개발을 완료했으며, 70% 분양을 마쳤다.
△ 2030년까지 2단계 핵심 사업 완료
전기자동차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와 최소 잔여형주사기 생산업체 풍림파마텍, 그리고 OCI, 도레이 등은 이미 가동 중에 있다. 새만금사업은 2050년까지 4단계로 나뉘어 추진한다. 새만금개발청은 2030년까지 2단계 78%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새만금 신항만도 5만 톤급 2개 선석을 정부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 나머지 7개 선석은 민자 사업으로 건설한다. 이와 함께 유휴 토지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진행 중이다. 2.1GW 규모로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나아가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산단을 구축하고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 클러스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은 “2030년이면 핵심 사업은 대부분 완료된다. 기업 입주 의향이 잇따르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그린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앞지르는 골든크로스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턱없이 부족한 새만금 예산
군산 방향에서 새만금방조제에 들어서면 왼쪽이 내부다. 내부 면적은 4만900ha(토지 2만9100ha, 담수호 1만1800ha)로 여의도 140배, 프랑스 파리의 4배에 달한다. 새만금의 최대 강점은 도화지와 같다. 새로운 땅이라서 자유로운 토지이용이 가능하고, 기존 주거지와 떨어져 민원 발생 여지도 없다. 정부가 다양한 목적으로 용도를 전환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턱없이 더딘 개발속도는 최대 걸림돌이다. 총 사업비 22조 원 가운데 현재까지 8조6000억 원이 투입됐다. 그동안 예산은 정치권 입맛대로 춤췄다. 2011년 정부 예산 대비 새만금 예산은 0.12%에 그쳤다. 올해는 0.2% 수준이다. 새만금 방조제 내부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2019년부터 3년 연속 1조 원대를 넘어선 게 그나마 다행이다. 거가대교(2조2345억원), 부산 광안대교(7899억원), 4대강 사업(22조원), 그리고 28조6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가덕도신공항과 비교하면 더디기만 하다.
△ 농생명 바이오‧생명산업기지로
새만금사업은 전북지역 사업이 아닌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새만금사업을 환황해권 전진기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나아가 농생명 바이오 산업단지로 개발해 중국 부유층을 겨냥할 경우 경쟁력 있다. 정치권 또한 새만금사업을 특정 지역사업으로 인식하는 대신 새만금에서 창출된 국부를 국가 발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재경 전북도민회 새만금위원회 이두엽 교수는 “새만금을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생태문명 거점 기지로 개발하면 승산있다”면서 식품클러스터와 대규모 곡물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1차 정부지원위원회 회의에서는 경관농업단지 조성 방안이 제시됐다. 최병문 리틀팜 대표는 “새만금에 대규모 경관농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산업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또 청년농업인을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잼버리대회장 주변에 경관농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해충 억제 효과와 함께 세계 청소년들에게 새만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새만금 신항만 20만 톤급으로 늘려야
새만금 신항은 9선석으로 계획돼 있다. 이 가운데 5만 톤급 2개 선석은 정부 재정을 투입해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신항만과 관련해선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선석 규모를 확대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5만 톤급으로는 향후 환황해권 시대를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신항만 물동량 수요를 새만금으로 한정할게 아니라 환황해권 환적항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20만 톤급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석 박사는 “세계적인 항만을 스마트 항으로 리모델링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재래식 항만은 시대흐름과 뒤쳐진다. 전자동 무인시스템으로 통제하는 미래형 스마트 항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항만 접안 규모를 키우고 스마트 항만으로 건설하자는 주장은 긴 호흡에서 예산 절감과도 연결된다.
△ 국제잼버리 성공 개최는 시금석
새만금호 수질 악화로 인한 해수유통 논란은 여전한 숙제다. 환경단체는 해수유통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수유통시 내부 개발 계획은 상당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해수유통 시점을 2023년 이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새만금 수질 개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2023년 계획된 국제새만금잼버리 대회 성공도 중요한 시금석이다. 8월 1~12일까지 진행되는 국제잼버리대회에는 세계 120개국 청소년 5만여 명이 참여한다. 그들에게 새만금이 환경파괴 현장이 아닌 친환경 생태공간으로 거듭난 새로운 생명의 땅임을 알릴 기회다. 대회장 주변 경관농업단지 조성은 좋은 방안이다. 재경 전북도민회 유인수 새만금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새만금 30년은 틀을 잡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30년은 내용을 채우는 시간이어야 한다”면서 “새만금을 생태문명 땅으로, 신항만을 동양 최대 노테르담항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 친화적인 내부 개발계획 수립은 물론 신항만 규모 확대와 미래형 스마트 항구로 설계는 절대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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