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사제도가 시행되면 20대에 입사한 평사원이 연공서열과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받게 된다. 업무적인 능력만 뛰어나다면 파격 승진을 통해 30대에 임원이 되고, 심지어 40대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것도 가능해진다. 삼성은 이를 위해 전문성과 업무 성과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절대평가 기준을 도입하고 사내 협업과 소통,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한 제도적 틀도 갖췄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은 △연공서열 타파 △성과관리 체제 혁신 △인재 제일 철학 실천 등을 골자로 한다.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재계는 이병철 창업주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인재 제일’ 경영철학을 이어받으면서도, 이 부회장의 ‘뉴삼성’을 향한 미래지향적 의지가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는 지난 24일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일성을 밝힌 직후 내놓은 첫 혁신안이란 점에서 ‘뉴삼성’ 구축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고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뉴삼성’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미국 출장 중에도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청취,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부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성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15년 사내망에서 임직원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청취 등을 통해 이번 새 인사제도를 준비했다. 삼성은 이번 개편안의 핵심인 임원 직급 통합과 직급별 표준체류 기한 폐지 등 ‘패스트 트랙’ 제도 등이 모두 이 부회장이 장기간에 걸친 검토와 협의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를 비롯한 일부 사내 반발 여론에도 귀기울였다. 최근 개편안 설명회 직후 논란이 된 부서장 1인에 의한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기 위해 ‘피어(Peer) 리뷰’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료 평가에서 등급 부여가 아닌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토록 해 단순한 평가가 아닌 다차원 평가를 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만난 글로벌 ICT 기업 경영진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식견을 잘 녹여 과감한 인사제도 혁신을 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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