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전 비서관은 연희동 전씨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 33년 전 백담사에 간 날인데 그날 여기서 성명 발표하고 피해자에게도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전씨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에 대해 사과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렇게 얘기한 것. 민 전 비서관은 "언제 어떻게 공수부대를 지휘했고 발포 명령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지 무조건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것은 질문이 잘못됐다"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의 말은 사실일까
Q. 전씨는 백담사로 향할 때 뭐라고 했나
전씨는 성명에서 "본인이 재임했던 기간에 있었던 모든 국정의 과오는, 그것이 누구에 의해 착안됐고 어느 기관의 실무자가 시행한 것이건 간에 모두가 최종 결정권자이며 감독권자인 바로 이 사람에게 그 책임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잘못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심판도 제가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전씨는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와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본인이 국정을 맡고 있던 기간 중에 빚어진 많은 비리와 과오가 지적됐다"며 "그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이 고통과 피해를 당한 삼청교육대 사건과 공직자·언론인 해직 문제, 인권침해 사례 등의 실상이 파헤쳐지는 것을 저도 아픈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씨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익을 침해한 이러한 사례 등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기회를 빌어 피해 당사자 한분 한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는 "무엇보다도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태는 우리 민족사의 불행한 사건이며 저로서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픈 일"이라며 "이 불행한 사태의 진상과 성격은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Q. 이를 사과라고 볼 수 있나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매우 포괄적인 형태의 '유감 표명'이며 당시 군사 쿠데타로 실권을 쥐고 있었던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전혀 인정을 하지 않았다. 부인 이순자씨는 지난 11월 27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은 전씨의 재임 전인 1980년 일어났다. 전씨는 생전에도 5·18에 대해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왔다.
전씨는 2003년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고 발언했다.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선 "내가 광주에 내려갔다면 작전 지휘를 받아야 했을 현지 지휘관들만큼은 나를 만났거나 봤어야 했는데 그런 증언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2019년 11월 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5·18에 대한 책임을 묻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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