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전투화를 판매하려고 한 사람에게 유사군복 소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인터넷 지식 쇼핑에서 산 예비군 전투화를 판매하기 위해 2018년 4월 인터넷 카페에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가 군복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은 ‘유사 군복을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A씨는 판매하려 했던 전투화가 실제로 군에서 보급되는 전투화와는 차이가 있어 '유사군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A씨가 판매하려고 했던 사제 전투화가 현행법에서 정하는 '유사군복'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헌재는 “전투화의 경우에는 군인복제령에서 정하는 전투화의 도형, 모양, 색상 및 재질에 관한 규정의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이런 외형을 전투화 특유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부츠 중 다수가 이에 부합될 수 있다”며 “유사한 형태와 색상의 신발이 시중에서 흔하게 유통되기에 유사 군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투화가 유사 군복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피청구인(인천지방검찰청)은 청구인에 대해 군복단속법 위반의 혐의를 인정해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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