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동 소재 한 복어 전문점. 150평형 규모에 50개 테이블이 빼곡히 들어선 가게에는 식사를 하는 고객들의 숟가락질이 복국을 담은 뚝배기에 부딪히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점심시간 직전이어선지 가게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시행된 지 꼭 한달 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발생 이후 최대인 5266명이 집계됐다.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자영업자들에게 비보가 날아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에서 근무하는 김모씨(29)는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만나기로 한 약속들을 미뤘다”며 “약속지 많지 않은 소위 ‘아웃사이더’인데도 미룬 연말 모임만 2건 이상”이라고 전했다.
◆ 일상회복·연말, 기대가 실망으로…자영업자들 답답함 토로
오미크론 확산 공포는 식당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회식이나 송년회 등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오미크론 확산에 예약 취소전화가 몰려들자 ‘또 코로나 때문에 장사를 공쳐야 하냐’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연말 예약의 경우 취소를 하는 경우가 많이 없지만 오미크론 발생 이후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취소한다"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취재진이 가게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 사장 A씨(50대)는 오미크론 발생 이후 상황을 묻는 질문에 “예약 취소요? 하루 사이에만 2건이에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코로나 인원 제한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이제 아주 약간 손님이 오기 시작했다”면서 “오미크론이 터진 이후 예약 취소 전화만 기다리고 있다. 손님이 늘기는커녕 줄 일만 남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서울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 B씨는 “연말 예약만 4~5개 취소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예약이 80%가 줄어 20% 정도뿐”이라며 “지금 시기에는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야 정상인데, 다들 (오미크론 등 코로나 확진자 증가 추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예약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가량 들어온 예약마저도 향후 인원·시간 제한이 가해지면 더 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들이 재택으로 돌린 탓인지, 점심시간에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방문자가 30% 정도뿐”이라고 토로했다.
광화문이나 홍대 인근 식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점심 손님을 맞기 위해 밑반찬을 준비하던 서울 광화문 소재 자영업자 C씨(40대)는 ‘코로나’ 얘기가 나오자마자 미간부터 찌푸리며 “어제부터 오늘까지 예약 취소만 2건 받았다”고 했다. 각각 10여명이 올 것으로 예상됐던 예약이 취소되면서 C씨는 가게 전화가 울리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이제는 가게로 전화가 걸려오면 예약 취소 전화가 아닐까 걱정하며 받는다”며 “코로나 터지기 전에 비하면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이 70%선까지는 회복했는데 오미크론 때문에 다시 말짱 도루묵이 될까 걱정”이라며 혀를 찼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주변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는 D씨(40대)는 “오미크론 이야기가 나오면서 회식만 2개 취소됐다”며 “매출은 한 주 만에 거의 40%가 줄었다. 위드 코로나 이후 겨우 매출이 회복되는 분위기였는데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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