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만 시장에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시대"라며 "ESG 공시 확산을 위해 한국의 공시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선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 공시 확산 전략' 토론회에서 "ESG 공시 선진화를 위해 국제사회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도 한국의 경제 상황과 산업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ESG는 혁명에 비견될 만큼 사회와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도 ESG 공시 표준화에 대비해야 한다. ESG 준비가 자본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이사장은 이어 "거래소는 ESG 공시 활성화를 위해 지속가능성보고서 자율공시를 장려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상장심사 시 ESG 경영체계를 점검하겠다"며 "곧 공개할 예정인 ESG 정보 제공 플랫폼에서는 ESG를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 데이터도 제공할 방침이다. 개인과 기관 간 ESG 정보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국제사회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ESG 관련 정보 공시의 글로벌 기준선 표준 제작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은 지난 11월 197개국이 참여한 COP26 회의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했다. 국제적으로 단일화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ISSB는 내년 2분기 초안을 발표한 후 하반기 중으로 이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ISSB 설립과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국제 표준화 추진 합의는 ESG 공시가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ISSB가 제정할 공시기준이 명실상부한 국제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과 정부, 관계기관이 함께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또 기업의 중복 공시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러 부처가 공시 의무화를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중복 공시 부담이 발생해 기업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상태에서 ESG 정보와 데이터가 축적되면 시장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등 시장참여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ESG 참여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ESG 공시 제도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제도가 규제에만 치중될 경우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ESG 공시는 법적공시보다는 자율공시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며 "ESG 관련 정보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의무화하더라도 추가보고서 등 별도의 보고 양식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시장에서도 법적공시보다는 자율공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은 "ESG 공시를 규제로 활용하면 공공성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며 "공시제도는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가치 중립적인 제도로 활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고 위원장과 손 이사장을 비롯해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장, 장경호 코스닥협회장, 신진영자본시장연구원장, 심인숙 기업지배구조원장, 김의형 회계기준원장,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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