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구속... 대윤이 소윤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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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21-12-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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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윤우진 前용산세무서장이 구속됐다. 2017년~2018년까지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기로 하고 부동산 개발업자 2명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지난 여름(7월) 뉴스타파에서 돈을 돌려주며 회유하는 장면이 공개됐던 바로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 구속사유다. 원래는 다른 사건과 함께 형사13부에서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돈을 돌려주는 장면이 공개되자 반부패부로 재배당되면서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세무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업가에게서 뒷돈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특수부로 넘어가며 빨라진 수사

사건을 처음 배당받았던 형사13부는 1년 전인 지난 해 11월, 돈을 준 개발업자 Y씨를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윤 前서장에 대한 조사를 미뤄지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반부패부로 재배당(8월)되면서 윤 前서장에 대한 소환과 영장청구까지 빠르게 진척됐다.
 
원래 윤씨의 사건(육류수입업자 뇌물사건 관련 등)이 내연녀의 진술과 물증 등을 확보해놓고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수사팀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2012년 이후 최근까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윤씨도 이번 만큼은 법의 심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정적인 이유는 그를 지켜주고 있던 보호막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 것도, 수사팀이 윤씨를 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씨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윤 前서장의 ‘보호막이자 진짜 뒷배는 윤석열’이라고 말해왔다. 달리 말하면, 윤 후보가 더이상 윤씨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를 눈치챈 검찰이 재빨리 윤씨를 감옥에 처넣어 버린 거다. 

윤씨는 지금 껏 친동생인 윤 검사장보다 윤 前총장과 더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검사장을 빼놓고 윤 前서장과 윤 前총장만 만나 식사나 골프를 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건 청탁의 경우도 동생인 윤대진 검사장은 형제지간이라 어쩔 수 없이 도와주긴 했지만 영 마뜩찮아 하는 눈치였는데 반해, 윤 前총장은 오히려 화끈한 면이 있었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사실이라면 윤석열-윤우진 간 직통라인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던 이들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해부터다. 시작은 윤대진 검사장과 윤석열 후보 사이가 틀어지면서다. 아무리 윤 前서장과 윤 후보 사이가 더 가까웠어도 관계의 기본토대는 대윤-소윤이기 때문에 윤씨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해 서울수원지검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규원 검사를 기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학의의 출국장 도착 사실을 전달받은 윤 검사장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박 장관의 하명을 받아 출국금지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대검에도 출국금지 요청이 전해졌는데, 이 과정에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봉욱 차장을 거쳐 문무일 총장에게 전달됐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기소된 것이 이규원 검사인데, 이 검사의 재판결과에 따라 윤 검사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직 기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턱밑에 칼을 들이민 형국이다. 
 
윤석열 후보 측이 윤 검사장과 선긋기를 시도한 적도 있다. 지난 4월 한동훈 사법연수원장은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엘시티 수사부실 의혹과 관련해 자신과 윤 前총장이 거론되자 "당시 수사팀에 나와 윤석열 총장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대신 부산지검 차장검사이던 윤대진 검사장을 사건 당사자로 지목했다. 소윤-대윤 관계가 돈독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 무렵 윤 검사장도 사석에서 "나를 윤석열 라인으로 묶지 말라. 나는 그쪽과 색깔이 다르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검사장 입장으로서는 반격이지만 윤 前총장 입장에서는 불쾌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하는 부분인데, 구체적 사실여부를 떠나 두 사람 사이가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대윤(윤석열)과 소윤(윤대진) 사이가 정말로 소원해졌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어쨌든 이번 윤우진 前서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로 ‘결별설’은 힘을 얻게 됐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람은 끝까지 보호하는 윤 후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윤우진씨의 수감을 모른 척 한다는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윤우진, 함께 가기엔 너무...

이번 만큼은 윤우진을 살려내기 어려웠을 뿐 대윤과 소윤 사이의 갈등설을 추론해 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 前서장의 비리가 ‘ 지나친 수준이라 도저히 막아 줄수 없었을 뿐 관계가 소원해진 것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윤 前서장은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육류수입업자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했다. 인터폴 적색수배자가 8개월 동안 태국, 중국 등지를 전전하다 체포돼 국내로 강제송환됐는데, 그러고도 구속이 되지 않았다. 강제송환된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이어진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자유가 됐고, 국세청에 복직해 정년퇴직까지 했다. 명백한 증거와 증인 공개까지 된 상태에서 처벌을 피한 몇 안되는 사례 중 하나다.
 
이 때부터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들끓었다. ‘윤우진을 통하면 안되는 일이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돈더미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의 뒷배를 빌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돈이 아깝지 않았던거다.
 
윤 前서장은 퇴직 후 세무법인을 설비하는데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업무를 수입하는 방식을 거치면 뇌물과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는 부분이다. 아무튼 그는 이후 강남은 물론 해외에도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씨는 오랫동안 함께했던 주변인들과 척을 지게 됐는데, 이 중에는 윤씨와 ‘내연 관계’라고 주장할 만큼 가까운 사람도 있었다.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해면 ‘내연 관계’를 주장한 그 인물은, 검찰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결정적인 증거를 들고 검찰청을 찾아온 것으로 돼 있는데 수사가 급진전된 것도 이 무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후보 입장에게 ‘윤우진’의 존재는 너무 무거운 짐이 됐다. 안 그래도 장모나 부인 관련 의혹으로 골치 아픈 판에 윤우진 건까지 떠안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누구라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윤씨 형제, 측 소윤 쪽 패를 버린 것이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윤 후보(대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해도 여러 모로 손실이 커 보인다.  더구나 윤대진 검사장도 독자행보를 걸을 수 밖에 없는 만큼 향후 전개될 상황이 꽤 흥미로울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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