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소상공인업계 시름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버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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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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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방역실패 책임·부담 전가

  • 방역패스 확대에 식당·카페 “확인 인력 부족해”

  • 손실보상 지급액·적용범위 불만 여전

4주 동안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이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축소되고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가 적용된 지난 12월 6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의 연말 예약 일정이 적힌 달력에 취소 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로 2년 내내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올해는 연말 장사라도 제대로 해서 밀린 대출금을 갚으려고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게 됐네요. 이제 더는 버틸 희망이 없습니다.” (서울 음식점 운영 A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꺾이지 않은 코로나19 확산세에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며 방역 대책이 다시 강화된 탓이다. 특히 개인이 아닌 업주에게만 강화된 방역지침에 대한 분노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2월 9일 서울 여의도 소공연 회의실에서 '방역패스 확대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패스 대책 마련에 대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공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패스를 카페와 식당 등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업소의 경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업주 홀로 운영하는 가게가 많은데 매장을 운영하면서 일일이 방문자들의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지난 6일부터 확대된 방역패스 적용 업종 대부분이 5인 미만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업종이라 방역패스에 대해 큰 부담과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에게 과태료와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 아니라, 방역패스를 위반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6일부터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줄이고 방역패스 적용 업종을 식당·카페·도서관·학원 등 16개로 확대했다. 방역패스 계도 기간은 오는 12일까지며 방역패스 미준수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1차 위반 시 10일, 2차 20일, 3차 3개월 운영 중단, 4차 시설폐쇄의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반면 시설 이용자는 위반 차수별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관련해 김기홍 소공연 손실보상비대위 위원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로 인해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없지만, 정부는 방역패스를 위한 방역관리자를 지정하고 관리하라고 한다”면서 “애초에 실현할 수 없는 방역대책을 따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맞게 방역패스를 관리할 인력이나 비용을 먼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맞춰 인력 1명을 고용하려면 업소 한 곳당 최소 250만원이 들며, 2교대나 야간까지 고려할 경우 월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나간다”며 “정부가 지원해줄 수 없다면 최소한 방역패스에 대한 처벌을 삭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코로나 이후 매출 하락으로 비대면 매장으로 전환한 곳도 5분도 채 되지 않는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무조건 강행한다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업계는 정부가 방역패스 적용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이들은 “방역패스를 유지하려 한다면 방역관리자 인건비, 방역패스 인프라 구축, 방역패스에 따른 손실분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비용 지원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소상공인들에게 방역패스와 관련한 무리한 단속을 강행할 경우, 소상공인들의 중지를 모아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월 8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 여당 규탄대회’에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 회원들이 실질적인 손실보상 및 집합제한 명령 전면 해제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실보상금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지난 10월 말부터 정부가 코로나19 피해업종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제외되는 업종이 상당한 탓이다.
 
이에 지난 8일에는 코로나19로 매출 피해를 본 자영업자 단체들이 제대로 된 손실보상을 요구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의 손실보상법은 법 시행 이후의 손실만 보상하고 액수 또한 현실에 못 미친다"며 소급 보상과 피해 실질 보상을 촉구했다.
 
총연대는 “지난 2년간 수많은 자영업자가 사채로 빚을 돌려막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무려 23명에 이른다”며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쌓인 것은 빚더미뿐인데 정부 여당은 쥐꼬리 수준의 부실 보상을 해놓고 생색만 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체 자영업자의 15%가 3개월치 손실보상금 1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알바생의 한달 4시간 시급도 안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하한액을 설정해 실제 산정액보다 훨씬 더 지급했다고 생색을 낸다”고 비판했다.
 
전체 업종 중 가장 오랜 기간 집합금지명령으로 강제휴업을 해온 유흥음식업종에서도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
 
김춘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은 “그간 빚더미에 짓눌려 비관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한 유흥주점 업주가 8명에 이른다”며 “24개월 중 17개월간 영업을 못 하게 해놓고 3개월치만, 그것도 턱도 없는 금액을 보상하는 건 업주들에게 나가 죽으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손실보상정책이 실효성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64)는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대책이라며 내민 돈이 기껏해야 100만원도 안되는 돈인데, 이거 가지고 손실보상해줬다고 자화자찬하는 게 속이 터질 것 같다”면서 “특히나 외식업계는 식자재가격이 오르면서 더 큰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연말 특수도 누리지 못하게 됐으니 이젠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민상헌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공동대표는 “피해 손실보상이 지난해부터 논의되다가 올 7월에야 겨우 관련 법이 통과됐다"며 "사실상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소상공인의 피해를 눈덩이처럼 불게 됐으니 이에 대한 책임도 마땅히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잃어버린 500일'에 대한 실질적 손실보상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며 “자영업에 대한 영업규제를 만능 해결책으로 삼는 방역 대책이 시정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연대는 △피해업종 위주 보상 △10억원 이상 보상제외 기준 폐지 △임차료 등 고정비용 별도 보상 △집합인원 제한 해지 △침체된 영업 활성화 시책 마련 △손실보상법 시행이전 피해 보상 시급 △손실보상법 조속 개정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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