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동·서양 구별 않고 함께 담은 단색화...권영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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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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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갤러리 K2서 2022년 1월 30일까지

 

단색화 작가 권영우의 개인전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남들은 과슈(gouache)다, 먹이다 구별을 하는데 나는 그런 구별 자체를 안 하고, 그냥 검은색이다 하고 여긴다.”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 권영우(1926~2013)에게 동서양의 구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재료로 무엇을 그리느냐보다는 어떻게 구성해 나갈지가 더 중요했다.
 
보고 있으면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작품에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 조화로움이 담겨있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12월 9일부터 2022년 1월 30일까지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 권영우의 개인전을 K2 공간에서 개최한다.
 
지난 2015년과 2017년의 개인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파리 시기(1978~1989)에 해당하는 백색 한지 작품뿐 아니라, 처음 선보이는 1989년 귀국 직후의 색채 한지 작품, 그리고 패널에 한지를 겹쳐 발라 기하학적 형상을 구현한 2000년대 이후의 작품으로 크게 구성된다. 총 36점이 전시됐다.
 
국제갤러리는 “동양적 재료를 현대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조형언어를 구축한 권영우의 작업 궤적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그가 단순히 동양화가라는 사실에 머물지 않고 부단한 실험의지로 무장한 동양적인 정신과 기질의 화가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소개했다.
 
권영우는 해방 후 1세대에 속하는 작가들 중 하나로,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 함께 해방 공간에서 추구되었던 ‘왜색 탈피’와 ‘민족미술 건설’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다.
 
서양화, 조각, 공예 등 다른 미술분야와 비교해 유독 일본화라는 인식이 강했던 동양화 분야에서 일본화풍을 걷어내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했고, 이는 작가 각자의 개성에 걸맞게 표출되었다. 동양화를 전공한 권영우는 전후 추상의 수용에 직면하여 전통의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당대의 시대적 과업에 응하고자 했다.
 
“전통 문제만 하더라도 이것은 그 자체를 길이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보다 새롭게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던 그는, 일찌감치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하는 건 의미 없다고 여겼다.

권영우 'Untitled' [사진=국제갤러리]

 
1960년대 동양화의 주요 재료인 수묵필 중 붓과 먹을 버리고 종이만 취한 그는, 한지를 활용하는 동양화의 기조 위에서 출발하지만 방법 면에서는 서구적인 조형방법, 즉 전후 추상미술과 궤를 같이 했다.
 
권영우에게는 무엇을 그리느냐의 질문 대신, 어떻게 구성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전면에 대두됐다.
 
작업 초기 권영우는 한국화의 기본 재료인 수묵으로 필선이 강조된 구상적 추상의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하다가, 1962년을 전후하여 한지를 주요 매체로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나의 손가락이 가장 중요한 도구이며, 또 다른 여러 가지 물건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도구로 동원된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리고는 실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기본적인 행위를 배제한 대신 손톱이나 직접 제작한 도구를 이용하여 종이를 자르고, 찢고, 뚫고, 붙이는 등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우연성이 개입된 작가의 반복적인 행위와 종이의 물질성과 촉각성을 작업의 중심에 놓았다.
 
종이 작업은 권영우가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1978~1989)에 정제된 완성미를 갖추었는데, 전시장 2층에서 이 시기의 작품들 위주로 20여 점을 선보인다.

권영우 'Untitled' [사진=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의 이번 개인전은 앞서 언급한 그간의 다양한 전시들을 통해 선보여온 백색 한지 작업뿐 아니라, 권영우가 파리에서 귀국한 직후 작업한 채색 작품 25여 점과 2000년대 이후 작업한, 판넬 위에 한지를 겹겹이 붙인 작품 10여 점을 K2 1층에서 선보인다.
 
특히 1989년 귀국 직후에 작업한 채색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한지 위에 서양의 과슈와 동양의 먹을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여전히 종이를 주된 매체로 하되 채색을 화면으로 회귀시켰다. 또한 화면을 찢고 뚫어 화면에 우연성을 가미하고자 했던 이전 시기의 작업과는 달리, 종이 위에 각각 다른 비율로 혼합한 과슈와 먹을 롤러로 민 듯한 평평하고 일률적인 검은색, 암갈색 혹은 노란색의 색면들을 선보였다.
 
1990년대에 다양한 비미술적 오브제들을 활용해 입체화의 실험을 거듭한 권영우는 2000년대에 들어 나무 판넬 위에 한지를 겹겹이 붙여 기하학적인 형상들을 구현함으로써 평면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회화가 지닌 평면을 지각하는 특유의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한지 중에서도 원료에 가장 가까운, 얇고 투명하며 질긴 화선지를 한 장, 두 장 겹쳐 발라 백색의 농도를 표현했다.
 
햇볕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처럼 그의 작품은 다채로웠다. 나무와 땅의 포근함도 느껴졌다. 
 
권 작가는 1946년 서울대 미술대학의 첫 입학생이 되어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1957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부터 1978년까지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후 10여 년 동안 체류했다.
 
2016년 블럼앤포 뉴욕 갤러리, 2015년 국제갤러리,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990년 호암미술관, 1976년 파리 자크마솔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2018년 상하이 파워롱미술관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2016년 브뤼셀 보고시안 재단 ‘과정이 형태가 될 때: 단색화와 한국 추상미술’,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 ‘단색화’, 1975년 동경화랑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 1973년 상파울로비엔날레, 1965년 도쿄비엔날레 등 주요 해외전시에 참여했다.
 
권영우의 주요 작품들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 소장되어 있다.
 

권영우 작가 [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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