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일하고 싶지 않다...미국 뒤흔드는 반(反)노동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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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1-12-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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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년 전인 2005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가 멋진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최근 노동을 거부하고,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일에서 찾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레딧 누리집 갈무리]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서 '반(反)노동:모두를 위한 실업을 보장하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는 반노동 관련 게시판인 r/antiwork는 현재 13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처음으로 관련 게시판이 만들어진 후 2021년 10월 이후 현재 이용자의 절반이 합류했다.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지난 11월 26일 이 레딧 게시판을 주목하며 한 누리꾼의 반(反)노동 운동에 대한 설명을 인용했다. u/rockcellist라는 별명을 쓰는 한 누리꾼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운동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지내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라며 "반노동은 현재의 근로 환경에 따른 자본의 흐름이 불공정하기 때문에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지난 8일 올해 3억6600만개의 게시글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가장 많이 본 게시글 5개를 꼽으며, 이 중 반노동 게시판의 글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반노동 게시판을 다루며 미국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부족한 성장 가능성에 좌절했다고 밝혔다. 과장법을 고려하더라도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커지는 학자금 대출 부담과 집값 상승, 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 등을 이유로 이전 세대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생활방식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시판을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레딧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종사하는 기업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인력 부족과 야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사이더는 목공에 종사하기 위해 외식업을 그만둔 케이틀린 니콜슨을 인용했다. 그는 "이러한 일이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이 있는 걸 알고 있지만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기존 인력에게 초과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레딧 내 반노동 게시판을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미국 식품업체 켈로그 노동자들의 파업 등을 지지하며 노동자들이 공정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게시글을 통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3% 임금 인상안이 거절당한 반면, 켈로그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1160만 달러(약 137억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자산 배분이 불공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진 가운데 노동자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부당함을 느끼며 퇴사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8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직장을 그만두는 미국인의 숫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9월의 440만개에서 420만개로 줄었지만, 이는 여전히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 우위 시장에서 스스로를 위한 시간의 중요성과 성과의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실제로 기업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자신을 소규모 기업의 관리자라고 밝힌 u/IntroductionHonest10이라는 이름의 한 누리꾼은 레딧의 r/antiwork 게시판이 실제로 자신의 기업이 변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모든 직원들의 월급을 영구적으로 10% 인상하고, 휴일을 5일 더 제공하며, 원하는 사람만 월요일에 일을 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주 4일제를 도입하자는 세 가지 안을 회사에 건의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입 후 4개월간 기업의 수입이 줄어들지 않았을 뿐더러 사내 행복도 역시 증진되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더는 이 게시글이 익명으로 게시되었으며, 누리꾼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글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약 17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레딧의 공식 링크드인 계정은 이를 공식 계정에 업로드했으며, 약 3만4000명이 이에 반응을 보였다. 

미국 기업들이 노동자 부족으로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게시판의 글을 참고하는 것은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9일 미국 노동부는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8만4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 전망치 21만5000건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로, 1969년 9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지난 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 역시 지난해 대비 4.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확산하기 전인 2020년 2월 미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3.3% 수준에 불과했다.

소매업 종사자들의 사연을 다루는 소매업 전쟁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스티브 롤랜드는 "(코로나19 부양책으로 지급된) 높은 실업수당 등으로 아무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는 등의 어리석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며 업계 종사자들은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스스로 공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노동자들이 "참을 만큼 참았다"라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나서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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