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입시'에만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배에 나눠 탄 학생들이 목표를 향해 다 함께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은 최근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입시제도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불수능' '용암수능' 등 역대급으로 어려웠다고 평가되는 이번 수능은 난이도부터 공정성과 타당성까지 여러 말이 무성하다.
30년 가까이 유지된 수능 제도가 정말 올바른 입시제도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속성을 지니는 입시제도의 특성상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그간 수능은 각종 지적에도 점증적인 개선만 해왔다.
유 소장은 "우리는 교육을 '대학 입시'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어 아쉽다"며 "근본적으로 교육이 뭔지, 왜 교육이 필요한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온라인 학습이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어떤 형태의 교육 방식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는가.
"온라인만으로 교육이 진행됐을 때 학습 위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학습을 제외하고는 효과가 크지 않다. 우리는 사회에서 더불어 또는 부딪힘 속에서 살아가며 배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학 입시 관점에서만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근본적으로 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대학 입시 제도에만 초점을 맞춰 교육의 큰 틀을 짜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올해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수능이 치러졌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고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서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 모집 단위를 보면 수학은 미적분과 기하를 필수과목으로 정해 놨다. 말로는 '통합 수능'이라고 하지만, 대학에서 그렇게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또한 과목 특성상 공대는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그 과목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문과생이 생명과학과에 진학하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처럼 문·이과 통합이 불가능한 이유는 대학에 있다. 대학에서 특정 과목을 이수하고 오지 않은 학생들이 특정 학과에 입학하기 어렵다 보니 실질적인 통합이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통계학과의 경우 미적분을 이수하지 않고 대학에 오면 수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대에서 미적분은 필수과목이나 다름없다."
-현재 수능시험 제도가 합당하다고 보나.
"수능은 절대적이고, 문제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데 아니다. 마치 수능이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1994년에 시작된 대입 수능 제도가 어느덧 30년이 돼 가다 보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언제까지 객관식 문제로 갈 것인지, EBS에 의존해서 문제를 출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면접이나 논술 등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부를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등 지나치게 '학력 위주'로 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없애는 방식이 아닌 수정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정성평가 도입은 잘했다고 본다. 문제는 비율이다. 대학으로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니까 수시모집에서 빨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시모집 인원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심지어 전체 대학 인원의 80%를 수시로 선발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정성평가가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전에 비율을 조정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교육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맞물려 있는 게 아쉽다. 5년 동안 업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준비되지 않은 여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선언적인 발언보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해 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교육 제도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현 정권의 가장 아쉬운 점은 교육의 틀을 바꿀 좋은 기회를 '수능 절대 평가'로 끝냈다는 점이다. 제도의 틀을 바꾸는 건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이후 입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이후 제도의 좋은 점은 살리고 나쁜 점은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가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 고교학점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범학교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얼마만큼 깊이 있는 고민을 했는지, 고교학점제가 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일례로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대국민 교육 토론회'를 진행했다. 지역마다 의견을 수렴하는 장을 만들고 토론을 진행한 끝에 학생부 종합평가 등 몇몇 제도가 바뀌었다. 이런 부분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 결국은 설득이다. 앞으로의 제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토론의 장에는 정치인이 아닌 교육에 대해 잘 아는 교사나 교육학자가 함께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모두 다수의 교육학자가 모여 미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는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나 오랜 시간 교육만 연구해온 학자들의 이야기가 더 깊이 있고 현실적이며 강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그런 토론의 장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입시제도로 도입할 만한 게 있나.
"수능시험에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 시험을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다. 현재 수능시험은 100% 객관식 문항으로 돼 있다. 최소한 1~2문제라도 서술형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국어 과목만 서술형으로 출제하자는 게 아니다. 수학, 과학 등 어느 과목에나 서술형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객관식처럼 찍는 게 아니라 학생이 직접 답을 찾아 쓴다는 시각에서 보면 주관식 문항도 서술형이 될 수 있다.
수능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면접전형에 필수인 자기소개서도 시험 전형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사전에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하다 보니 지인이나 학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각을 바꿔 자기소개서도 시험 전형으로 만드는 것을 제안해보고 싶다. 논술전형처럼 학생들이 특정일에 같은 공간에 모인 뒤 자기소개서 문항을 받고 그 자리에서 쓰는 방식이다. 물론 답을 외워 오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암기도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큰 문제가 없다. 핵심은 지금의 입시제도만 고수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 시장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새로 도입한 입시제도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를 더 중점에 두고 생각해 봐야 한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 △전 SK컴즈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전 메가스터디 입시정보실장 △전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교육컨설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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