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의무화가 13일 0시부터 시행됐지만 곳곳에서 위반 행위가 줄을 이었다. 백신 접종증명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고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역패스 적용 사업장은 전자출입명부와 안심콜 사용이 원칙이다. 손으로 주소와 연락처를 쓰는 수기명부는 이날부터 금지됐다. 하지만 수기명부를 버젓이 비치한 식당과 카페가 태반이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방역패스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날 낮 12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한 패스트푸드점은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키오스크 주문 후 음식을 받으러 가는 이들 외엔 방역패스 확인 안내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전과 동일하게 삼삼오오 입장한 후 바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식사에 열중했다.
회사원 A씨(27)는 “지난주와 크게 다른 것은 못 느끼겠다. 팀원들도 다 백신을 2차까지 접종을 한 상태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QR 체크를 일부러 안 하진 않지만 정신이 없어 종종 깜빡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을 맞은 회사원들로 식당은 꽉 찼지만 QR 체크나 안심콜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지 없이 착석 후 식사가 가능했다. 입구에 QR 체크 기기가 버젓이 있었지만 멀뚱거리다 체크 없이 자리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에게 왜 QR 체크나 안심콜을 하지 않고 들어갔느냐고 기자가 묻자 "백신은 맞았지만 확인하는 사람이 없어 그랬다"며 금지된 수기명부를 작성하고 테이블로 이동했다.
카페 상황도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한 카페에 들어선 4인은 입장 후 곧장 몇 남지 않은 자리에 착석했다. 이들은 음료 주문을 하는 1인만 카운터에서 QR 체크를 한 후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방역패스 확인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업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사장 B씨(55)는 “가뜩이나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리는데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들여보내고 있다”며 “장사 그만하라는 건가 싶다. 손님들도 불편하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확인하려니 업주 입장에선 더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용이 금지된 수기명부도 곳곳에서 보였다. 경찰청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QR 체크, 안심콜과 더불어 수기명부 작성도 안내했다. 50대 종업원 C씨는 “방역패스 의무화가 오늘부터 실시된 건 알고 있지만 수기명부 사용이 안 되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내 곳곳에선 QR코드가 열리지 않아 점심시간 한때 혼란을 빚기도 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먹통이었다. 먹통 사태는 오전 11시 40분께부터 약 20분간 지속되다 정오를 전후해 풀리기 시작했다. QR코드가 다시 생성되는 이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곧바로 QR코드가 뜨지 않아 혼란은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의무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시급한 것은 부스터샷과 병상 확보라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성인 10명 중 9명 이상이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상태라 방역패스 효과는 미미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조금 도움이 될 뿐"이라며 "정부가 병상 확보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총력 기울이고,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현 상황에서 방역패스는 실효성이 없다. 한국은 이미 2차 접종률이 높고 현재 신규 확진자의 60~70%는 돌파감염”이라며 “특히 중증 환자가 많이 나온 60세 이상에서는 80~90%가 돌파감염이다. 방역패스를 실시할 것이었으면 차라리 부스터샷에 대한 방역패스를 실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방역패스 의무화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정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부스터샷 접종, 병상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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