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호주 수출에 이어 한화디펜스의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또다시 호주 주력 장갑차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15일 한화디펜스에 따르면 '레드백(일명 붉은 등 독거미)'은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의 호주 납품용 시제품 명칭이다. 레드백은 2019년 9월 호주 'LAND 400 3단계 사업' 최종 2개 후보 장비로 선정됐다. 레드백 경쟁 상대는 독일 링스 KF41다. 우선협상대상자는 2022년께 선정된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정부와 시험평가에 사용될 시제품 3대를 생산·납품했다. 호주는 지난 2월부터 차량 성능을 비롯해 방호와 화력, 운용자평가, 장비·수송 등을 평가하고 있다.
레드백은 K-9 자주포에 쓰는 1000마력급 파워팩(엔진+변속기)을 달았다. 화력으로는 30㎜ 주포와 7.62㎜ 기관포, 이스라엘 라파엘이 개발한 5세대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Spike) LR2' 등을 갖췄다. 특히 호주군이 요구한 방호력을 높이기 위해 이스라엘의 방호 전문 업체인 플라산과 협력해 다층 방호 설계를 하고 차체 하부에 폭발 완충장치를 설치했다. 또 '아이언 피스트(Iron Fist)'로 불리는 능동방어 체계를 갖춰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로 포착해 요격한다.
방사청은 한·호주 간 다양한 방위산업 협력 과정에서 쌓인 상호 신뢰가 레드백 계약 과정에 반영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은호 방사청장은 “양국이 서로 기술적 장점을 결합하고, 산업적 협력 측면에서도 상호 '윈윈'하는 협력 관계를 K9 자주포 사업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인 레드백 협력과 관련해서도 훨씬 더 신뢰가 깊어지고, 호주도 우리 측과 상생하는 게 국익에 맞다고 판단한다면 당연히 레드백으로 선정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레드백 수출···50조원 미국 방산시장 전초전
업계는 레드백 호주 수출 성공은 미국 장갑차 사업 수주 전초전으로 평가한다. 레드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50조원에 달하는 미군 'M2 브래들리' 장갑차 4000대 교체 사업의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영국 방산기업이 호주군 장갑차 사업 1차 관문에서 탈락하면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탈락한 미국 업체가 M2 브래들리 장갑차를 개발한 BAE 시스템즈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다. BAE 시스템즈 CV90 장갑차는 호주군이 요구한 성능이 레드백에 미치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이 레드백의 선택적유인전투차량(Optionally Manned Fighting Vehicle·OMFV)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도 호재다. OMFV는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할 차세대 장갑차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독일 링스 KF41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9월 링스 KF41은 헝가리 육군 장갑차로 뽑혔다. 특히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는 2018년 3월 호주 '랜드 400 2단계' 사업에서 우선협상자로 확정돼 복서 차륜형 장갑차 210여 대를 현지에 납품 중이다. 앞서 호주 육군이 발주한 대형 군용차량 계약도 따냈다. 여기에 링스 KF41은 주요 구성품들을 라인메탈 디펜스가 직접 생산해 레드백보다 가격경쟁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 면에서 레드백이 링스 KF41과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도 “가격경쟁력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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