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하 현지시간) CNBC는 데이비드 뢰빙거 TCW그룹 이머징마켓 리서치팀 이사가 미국과 중국 간 긴장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3년 내에 중국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뢰빙거 이사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라고 지적하며 "미국 기업에 상장된 많은 중국 기업들에게 있어 상황은 종료된 것 같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20년 이상 이어져온 문제지만 이를 해결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지난 2일 미국 SEC가 최종 수정안을 채택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회사문책법은 사실상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간 미국 당국은 뉴욕증시에서 거래 중인 중국 기업들의 회계법인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요구해 왔지만, 중국 규제당국은 '국가 주권'을 이유로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PCAOB의 조사를 거부했다. 이들 기업들이 계속해서 PCAOB 조사를 거부할 경우 SEC는 상장 폐지를 결정하게 된다. 실제 뉴욕증시 퇴출 사례는 2024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뢰빙거 이사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결국 2024년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홍콩이나 상하이 주식시장으로 발을 돌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미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중국 규제 당국의 압박에 뉴욕 증시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디디추싱은 3일 웨이보를 통해 즉시 뉴욕증시 상장 폐지 업무를 시작한다며 동시에 홍콩 상장 준비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1월 25일 블룸버그는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이 민감한 데이터 유출 우려를 이유로 디디추싱에 뉴욕증시 자진 상장폐지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디디추싱 외에도 이미 많은 중국 기업들은 뉴욕 증시 외에 홍콩 증시에도 이중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유명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알리바바의 경쟁 업체인 징동닷컴(JD.com), 검색엔진 바이두,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이 알려져 있다.
뢰빙거 이사는 디디추싱의 상장 폐지 발표를 언급하며 "이미 전환점에 도달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저히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기관이 중국 기업들의 내부 감사 자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라면서도 "미국 규제기관이 이러한 문서에 접근할 수 없다면 회계 조작 등에서 미국 시장을 보호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회계 조작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으로 수조원대의 막대한 투자자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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