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운지] 업비트 독보적 1위 굳힌 이석우 대표 "두나무 이젠 글로벌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두나무]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두나무를 글로벌 회사로 키운다고 공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사업 영역을 가상화폐뿐 아니라 NFT(대체불가토큰) 등 모든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전문가'인 그의 통 큰 계획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신문기자, 변호사, 기업 경영인 등 화려한 경력 보유자다. 특히 기업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는 남다르다. 늘 혁신과 성장의 기로에 선 기업에 발을 들였고, 이 기업들은 그가 나올 땐 상상하기 힘든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NHN, 카카오를 거쳐 두나무에 몸담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84학번)를 졸업한 후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사 석사학위를 받고 1992년 중앙일보 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한국일보, MBC 기자를 거쳐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부 장관을 지낸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기자 생활은 잠시였고 이내 미국 유학 길을 떠났다. 루이스앤드클라크대학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4년까지 포틀랜드에서 세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9년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남편인 이원조 변호사의 호출로 한국IBM 고문변호사를 하게 되면서다. 이때부터 IT업계와 인연을 맺었고, 이는 곧 신생 IT기업 NHN 입사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2004년 5월 NHN에 입사해 법무담당 이사를 맡았다. 그가 NHN에 발을 들인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 대중화 시기로 NHN이 포털, 게임, 핀테크 등 온라인 플랫폼 확장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2010년 NHN 미국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기업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공동대표이자 동갑내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만났다.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 오른 김범수 의장은 2011년 이 대표를 카카오로 영입했다. 이 대표가 카카오에 합류할 당시에는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새바람이 불 때였다. 그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카카오톡을 국민메신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메신저였던 카카오를 다음카카오라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병 첫해인 2014년 다음카카오 실적은 매출 4989억원, 영업이익 1764억원으로, 기존 카카오 단일 실적보다 외형과 이익을 2배 이상 키웠다. 두 회사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 대표는 이후에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핀테크, 게임 등의 영역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현재 이 회사들은 카카오페이 등으로 카카오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급성장했다.

이후 2년간은 중앙일보 디지털기획실장 및 조인스닷컴 공동대표로서 중앙일보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고, 다음 행선지는 두나무였다. 두나무 합류 때도 앞선 상황과 비슷했다. 이 대표가 두나무 대표직에 오른 2017년 12월은 업비트를 출시한 지 3개월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당시 가상자산업계는 '투기판'으로 불리는 미지의 세계였다.

업비트는 가상자산 흥행에 힘입어 설립 두 달 만에 회원수 120만명, 일일 거래량 10조원 이상을 기록했지만 향후 다가올 규제와 법적 리스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경륜 있는 경영인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옛 다음카카오의 감청 논란 등 IT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민감한 이슈를 많이 경험해봤다. 창업자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적임자인 이 대표를 낙점했다.

이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이었다. 가상자산 시장 업황 악화, 각종 규제 관련 이슈, 내부통제 이슈 등이 쌓여 있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지난해까지 1위 거래소이자 경쟁거래소인 빗썸과의 차별화도 절실했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와 그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중책을 맡게 됐다"면서 "저로서는 생소한 분야이고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긴장된다.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대한민국이 신생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과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4년 만에 업비트를 업계 독보적인 1위로 만들었다. 물론 풍파도 겪었다. 지난해만 해도 가상자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글로벌 거래소인 비트렉스와의 제휴 중단, 해킹사고 등이 겹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이 대표는 내·외부 자극에도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 구축,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신규 원화 입출금 서비스 재개 등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핵심은 '업비트는 안전한 거래소'라는 인식이었다.

그 결과, 두나무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조8209억원, 영업이익은 2조5939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99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6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배, 35배 증가했다. 오는 4분기 실적까지 합산할 경우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예상 납부세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향후 두나무의 미래는 더욱 밝다. 이미 업비트는 국내 거래량의 최대 80% 수준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업비트를 따라잡을 거래소는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독점 논란'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미 다음 스텝을 구상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다소 불편한 시각이다. 이 대표는 국내 점유율 80%에서 만족하지 않고 두나무를 글로벌 종합 거래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거래량만 가지고 따지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체 조사 결과 업비트 내부 거래량의 2배가 넘는 금액이 해외거래소로 인출돼 거래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4대 거래소 거래 시장만 보고 독점이라고 따지는 것이 맞는지, 해외거래소까지 포함할 경우에도 독점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벌어들인 풍부한 자본을 해외 진출에 쏟아붓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는 "해외진출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많은 자금, 인력 리소스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두나무를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할 '하이브'와 'NFT'라는 징검다리를 마련했다. ​두나무는 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내년 미국에서 합작법인(JV)을 설립해 BTS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의 NFT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두나무는 2018년부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태국에 진출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해외송금 규제 때문에 사업을 확장시킬 마중물을 부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업비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는 두나무와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단순 협력사다. 개인이 대출을 받거나, 현지에 있는 투자자를 모아서 근근이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 계획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해외 송금이 법적으로 불가해 여러 기회를 놓쳐서 답답하다"면서 "하이브와 전략적 협력으로 미국에서 JV를 설립해 미국 시장을 진출하는 건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거래소 사업보다는 확장성이 있는 NFT를 발판 삼아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임지훈 전략담당이사(CSO)도 "글로벌 K팝 시장이 크기 때문에 사업 확장성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가장 최적"이라며 "두나무는 NFT 사업을 업비트(가상화폐거래소)만큼 커질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향후 메타버스와 NFT 사업을 코인거래소인 업비트만큼 키울 계획이다. 임 CSO는 "NFT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이라며 "온라인 경제에서 NFT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FT를 짧은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메타버스와 NFT가 업비트만큼 커지도록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