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전대미문의 초변화 시대 ..지속가능한 혁신기업의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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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1-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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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끝자락에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결국 백신, 치료제 등 의학 기술 혁신이 관건이다. 기후 위기와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한 탄소중립이 새로운 세계 규범화되면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탄소중립도 결국 에너지·환경 기술 혁신이 해법이다. 이렇듯 경제 환경, 기술, 세대, 자본주의와 정부정책, 경영철학,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 모든 면에서 전대미문의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혁신은 국가, 기업, 국민 개개인을 막론하고 모두의 생존과 발전의 필수 요건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로서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조지프 슘페터 모두 경제 발전의 주체로 혁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 개념을 정립하였다. 혁신이란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는 생산성 향상의 공급 측면 혁신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만족을 창출하는 수요 창출의 수요 측면 혁신을 망라한다. 기존 및 신규 지식, 자원, 설비 등 제반 요소를 새롭게 결합하여 생산성 향상과 수요 창출을 이루는 것이 혁신의 요체이다.
 
혁신이 경제성장 및 발전의 원동력임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나,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혁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본주의 3.0’이라 불리는 시장 중심, 혁신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막을 내리고 시장과 정부가 소통 협력하는 포용적 자본주의인 ‘자본주의 4.0’이 부상하였다. ‘자본주의 4.0’은 시장 중심 혁신 만능주의의 결과로 초래되는 승자 독식과 이에 따른 사회 양극화의 심화로 국가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혁신의 승자와 패자, 혁신의 수혜자와 피해자, 혁신 역량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갈등과 간극이 통제 불능으로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지속 가능한 혁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편익이 기본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편익을 제공하지 않는 혁신이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소비자 편익주의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배달 서비스 등 플랫폼 산업이 소비자에게 많은 새로운 가치와 편익을 가져다 준 반면 서비스 과당경쟁이나 독과점에 따른 생태계 왜곡, 심각한 폐기물 및 환경문제 야기, 열악한 근무 환경의 근로자 양산 등 지속 가능성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서비스 혁신이 가져다주는 고객 가치와 편익이 지속 가능성과 충돌하는 경우 이에 대한 소비자의 현명하고 성숙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과거 삼성, LG, 대우의 가전 3사 간 과당경쟁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24시간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다 중단된 사례가 좋은 예이다.
 
둘째로,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혁신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순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자리 총량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즉, 한 나라의 일자리가 늘면 다른 나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자리 제로섬 상황이 전개되면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급기야 미·중 간 G2 무역전쟁, 패권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수년간 저성장 고착화로 일자리 제로섬 현상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혁신에 따른 한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다른 기업의 일자리를 줄여 전체 순증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는 일자리 손바꿈에 불과하여 결과적으로 국가 및 국민 경제에는 큰 기여를 못하게 되기 쉽다. 국내 중심의 플랫폼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도 이러한 사례에 해당됨을 주목해야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수출 및 해외사업 확대에 기여하는 혁신이야말로 일자리 순증에 기여하여 일자리 포지티브섬 상황을 만들고 국가 및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 만점의 혁신이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능케 하는 혁신이 중요하다.
 
셋째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잘 반영된 혁신이어야 한다. ESG의 핵심 성공 요건은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환경(E) 측면은 환경 보호와 같은 수동적 책임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환경 기술, 에너지 절감 기술, 순환경제 기술, 수소경제 기술, 기후변화 대응 기술 등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실현과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울 수 있는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S) 측면도 사회공헌이나 사회적 책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고충(Pain Point) 해결과 건강·안전·편의·성장 등 사회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혁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앞서 제기한 지나친 소비자 편익주의가 ESG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여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소비자와 직원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들은 환경문제나 사회문제에 민감하여 ESG에 입각한 혁신에 열광한다. ESG를 반영하지 못한 혁신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혁신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고객 가치와 편익, 일자리 순증적 창출, ESG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진정한 지속 가능 혁신이며 국가 및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혁신 기업이 될 수 있다. 작년 많은 논란을 일으킨 '타다 사태'도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해 혁신이 불발되는 아픔을 겪었다. 소비자 편익, ESG 측면은 만족이 되었으나 일자리 순증에 기여하지 못하고 혁신의 패자 또는 피해자를 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미흡했던 결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하고 국가와 국민에 기여하는 진정한 혁신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지속 가능한 혁신 국가, 혁신 기업, 혁신 국민이 우리의 목표이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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