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3시께 서울 광화문 인근 시민열린마당. 300여명의 인파가 광장에 들어찼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사장님’들. 카페, 호프집, PC방, 헬스장, 당구장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절기상 ‘동지’인 이날 영하권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영업자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운집한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알아 달라고 외치기 위해서다.
이날 PC방 업계와 호프 업계, 공간대여 업계 등이 모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도 국민”이라며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방역패스 시스템은 먹통, 정부는 불통’ ‘다같이 멈춤하자 왜 항상 자영업자만 멈춤인가’ ‘2년 동안 우리는 약속을 지켰고 정부는 약속을 저버렸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범법자 양산하는 방역패스 철회하라” “인원제한도 제한이다, 시행령을 개정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매출 규모 상관없이 손실보상’이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색 마스크를 쓰거나 ‘어설픈 보상 말고 매출 피해액 100% 보장’이라고 쓰인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도 있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공동대표는 대회사에서 “우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일방적 희생양이었다”며 “방역에 적극 협조했지만 방역 방침은 계속 연장되고 충분치 않은 지원금과 손실보상금으로 위기 극복에는 갈 길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의 온전한 영업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확진자 위주 시설 위주로 제한하고 핀셋 방역 대책에 나서야 한다”며 “100조원을 추경안으로 편성해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현실화해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결의대회에는 소상공인 연합회에 소속된 72개 업종과 비대위 산하 인터넷 PC카페 협동조합, 전국호프연합회, 전국공간대여협회, 한국카페연합회, 피트니스연합회, 당구연합회 등에서 온 299명만이 행사장 안으로 진입했다. 집회에 자율적으로 참가한 자영업자들은 행사장을 에워싼 울타리 바깥에 머물렀다. 비대위 관계자는 “방역지침에 맞춰 299명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며 “자발적 참가자 규모까지 더하면 전체 참가 인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나온 사람들은 울분에 치민 채 정부의 방역 지침을 성토했다. 대전 대덕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윤모씨(47)는 “정부는 병상 확보 등 방역 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있던 직원까지 어쩔 수 없이 내보내고 가족 경영으로 버티는, 제일 힘이 없는 소상공인만 희생양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래방 주인 곽모씨(33)는 “영업시간 제한은 저녁과 밤에 영업을 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굶어 죽으라고 목을 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얘기하는 지원금은 영업 제한으로 본 손해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적은 액수”라고 말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펜스 밖에서 집회를 지켜보던 김모씨(29)는 “정부의 영업 규제는 지나치게 강력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가했다”며 “시간 제한을 푸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백신패스도 철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지난 18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예정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될 경우 더 많은 인원을 모아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 시위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에 경찰 14개 부대 800여명을 배치하고 집회 장소 인근에 울타리를 설치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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