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징둥 지분율 17%→2.3% 축소···징둥 주가 곤두박질
23일 텐센트(00700.HK)는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보유한 징둥(9618. HK) 주식 약 4억6000만주를 자사 주주들에게 중기 배당금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텐센트가 징둥 지분을 대거 축소한 셈이다. 축소한 지분은 22일 징둥 종가(279.2홍콩달러)로 계산하면 약 1277억 홍콩달러(약 19조5000억원) 어치다.
이로써 텐센트가 보유한 징둥 주식 지분율은 기존의 17%에서 2.3%로 줄어들어 최대 주주에서도 물러나며, 류츠핑 텐센트 총재도 징둥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류창둥 징둥그룹 회장이 다시 최대 주주가 됐다.
텐센트는 2014년 3월 징둥이 뉴욕증시 상장하기 전 투자를 시작해 2018년엔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해 이사회 의결권 4.5%도 확보했다. 텐센트의 지원사격에 징둥도 승승장구하며 알리바바를 위협할만한 중국 2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날 텐센트의 지분 축소 소식에 징둥 주가는 23일 홍콩거래소에서 오전 장중 한때 10% 넘게 하락했다. 반면, 텐센트 주가는 이날 오전장에서 3%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반독점 규제 속 알리바바·텐센트 진영 '편가르기' 실종
업계는 텐센트의 징둥 지분 매각이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 움직임 속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며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편 가르기' 행위를 막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기 때문에 텐센트의 주식 매각도 반독점 조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내 인터넷 생태계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양대 라이벌을 중심으로 두 진영으로 양분됐다. 이들은 모바일결제, 전자상거래, 음식배달 등 다방면에서 경쟁을 벌이며 타 진영을 배척하며 '장벽'을 쌓아왔다.
예를 들면 모바일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음식배달 업체 어러머, 전자상거래업체 쑤닝, 신선식품업체 허마셴성 등은 '알리바바 진영'으로, 징둥·핀둬둬 등 전자상거래 기업, 짧은 동영상업체 콰이서우, 음식배달 업체 메이퇀, 모바일결제서비스 위챗페이 등은 '텐센트 진영'으로 구분돼 타 진영과의 상호 거래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거세진 반독점 규제 강화 조치에 양사는 점진적으로 상대 진영에게 서비스를 개방하는 추세다. 최근엔 텐센트의 국민 모바일메신저 위챗에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인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 플랫폼 타오바오몰을 직접 연동할 수도 있게 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텐센트가 징둥을 시작으로 콰이서우, 핀둬둬 같은 그간 보유하고 있던 인터넷 기업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알리바바도 그간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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