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수료 인하” 카드사 내년 경영 ‘탈출로’가 없다 … 소비자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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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12-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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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또 한 차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상황에 직면하자 높은 긴장감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내년 경영 환경이 가시밭길일 게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상쇄하려면 금융당국이 이번에 당근으로 내세운 카드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수수료 인하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내려간 가맹점 수수료···카드사 “설 곳이 없다”
 
23일 당정이 가맹점 수수료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8개 전업 카드사들은 내년에 최소 5000억원 이상 합산 영업이익 손실을 감수해야 하게 됐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관련 수수료율이 0.1~0.2%포인트 낮아지면 내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이 5000억~1조30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카드사들은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 2013~2015년 5000억원이었지만 2016~2018년 245억원으로 감소했고 2019~2020년에는 오히려 1317억원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인하된 수수료가 적용되면 관련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상쇄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이를 메우기 위해 대출사업과 리스, 할부금융 등 이자이익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8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말 1조6462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263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엔 상황이 다르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이자 수익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외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등 악재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카드업계는 내년도 업황 악화에 대비해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첫 단추는 인건비다. KB국민카드에 이어 롯데카드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카드 역시 희망퇴직 문제에 대해 현재 노조와 협의 중이다. 고정비도 줄이고 있다. 지난 2분기 8개 카드사의 판관비(판매·관리비)는 작년 동기보다 156억원가량 줄었다. 상반기 말 합산 영업점 수도 211개로 2019년 6월 말(225개)보다 14개나 쪼그라들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 이후) 카드사들은 또다시 ‘울며 겨자 먹기’식 비용 절감에 나설 텐데 이 부분이 추후 인하 여력으로 작용하면 안 된다”며 “동시에 정부가 약속한 카드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단순 검토 수준에 그치지 않고 효율성 있는 실질적 방안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노조는 향후 의견을 종합해 행동 방침을 정하겠단 입장이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향후 대표자 회의를 통해 각자 노동조합 위원장 의견을 취합한 뒤 행동 지침을 정할 예정”이라며 “최악에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전했다.
 
◇애꿎은 소비자에게 ‘피해 불똥’ 우려도
 
이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카드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카드)로 불리던 상품들에 대해 정리 작업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수료 인하 시점에 맞춰 단종 카드는 크게 뛰는 추세다. 실제로 단종 신용·체크카드 수는 2017년 93종, 2018년 100종에서 2019년과 지난해 각각 202종씩으로 인하가 적용된 뒤 2배 넘게 늘었다.
 
해당 피해가 저신용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각 대출 상품의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고, 결국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다. 금리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말 카드사 8곳 중 5곳의 평균 금리가 전월 대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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