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신 허브의 첫 단추는 '백신법' 법제화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26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질병 관리와 관련된 법들이 산재돼 있어 백신 개발 및 관리에 대한 체계를 갖추기 어렵고, 청사진을 그리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22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세계 5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향후 5년간 2조2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이루겠다고 하는데, 단기적인 정책 예산이기 때문에 정책이 지속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백신법'을 제정해 매년 제약산업육성법과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5개년 개발 계획을 수립해 범부처가 함꼐 나설 때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측면 외에도 국민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백신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정 원장은 역설했다. 그는 "최근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예방을 강화할 때 오히려 의료비가 더 절감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질병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성인 대상 백신을 건강보험공단 예산에 편입시키는 것이 관건이며 이 내용도 백신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근 암 백신, 당뇨 백신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백신 플랫폼들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에서 성인 백신 접종 비용을 부담해준다면 더 많은 국민들이 질병을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원장은 제2, 제3의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백신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종류가 183종에 이른다. 그중 현재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것들도 상당수"라며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백신법을 기반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에 따르면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과 동물에 같이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현재까지 약 250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전염병은 약 100종에 이른다.
한편 정 원장은 서강대에서 유기합성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고려대에서 과학기술관리학(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종근당 개발부와 CJ 법무팀에서 제약 분야 특허과장 등으로 10년간 제약산업 현장에 몸담은 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제약산업지원단장 등을 약 10년간 역임하면서 제약산업육성법 제정 등 산업진흥에 일조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현재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이사 겸 원장 외에도 중앙대 제약산업학과와 차의과학대학 보건의료산업학과 겸임교수, 숙명여대 Health MBA과정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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