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경쟁 국면의 막이 오른 해다. 이번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자, 사상 초유의 '0선 대결'로 평가된다. 또한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올해 특별사면 조치를 받았다. 한국 현대사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웠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이준석호(號)를 출범, 헌정사상 처음으로 30대 대표의 등장을 알렸다. 연일 쏟아져 나온 이슈들로 뜨거웠던 2021년 마지막 달 26일, 아주경제 대선 자문단과 정치부가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①文 임기 말 '박근혜' 사면 승부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자신의 취임공약인 '5대 부패 범죄(뇌물, 알선수재, 알선 수뢰, 배임, 횡령) 사면권 제한'을 사실상 파기하고,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국민통합'을 특사 결정 이유로 들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임기 말 전격 단행된 이번 사면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②0선의 역대급 비호감 대선
20대 대선은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않은 '0선' 대통령이 선출될 전망이다. 현재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여의도 정치를 경험해보지 않은 비주류다. ‘비주류 0선 후보’ 등장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의 논리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달라는 국민들의 열망도 담겼다. 그러나 대선정국이 본격 시작되고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기대감은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강직하고 정의로운 검사'로 평가받았던 윤 후보는 '1일 1망언'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말실수가 잦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며 '일 잘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했던 이 후보는 최근 설익은 공약을 던졌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주워담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③전례 없는 부인 리스크
역대 이러한 대선은 없었다. 여야 후보의 정책과 공약보다 그 배우자 및 가족 의혹에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더 높다. '후보 부인(가족) 리스크'를 누가 더 최소화하느냐에 대선 승부가 갈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겐 접대부(쥴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위증교사, Yuji(유지) 논문,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이 제기돼 있다. 이 후보 역시 ‘가족 리스크’에 자유롭지 않다. 최근 큰아들 동호씨의 상습 도박 및 불법 성매매 의혹이 제기됐다. 상황에 따라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소위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의혹이 재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④부동산 역풍에 野 재보선 승리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현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여겨지는 '부동산' 역풍에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과반수의 득표율을 얻었다. 정권 심판의 열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개표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57.5%를 득표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9.18%)를 18.3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특히 오 시장은 강남구에선 박 후보 득표율(24.32%)의 세 배 수준인 73.54%를 얻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박 시장이 62.67%를 득표했다. 이는 김영춘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34.32%)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⑤MZ세대 히어로 이준석號 등장
6·11 전당대회에서 헌정사상 최초로 MZ세대(1980~2010년대 출생)인 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됐다. 한국 정치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1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합산 득표율 42%(당원 조사 득표율 37%, 국민여론조사 득표율 55%)를 얻어 당 대표가 됐다. 당시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공존'을 강조했다. 그는 "고정관념 속에 하나의 표상을 만들고 그것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과 '토론배틀' 등 국민의힘에 공개경쟁선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이준석표 '공정'을 내세웠다.
⑥정치권에 몰아친 메타버스 강풍
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언택트(비대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메타버스 기술이 올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주요 선거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개설하고 다양한 국민들과 소통에 나섰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지난 6월 메타버스에 독도를 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도 '국민소통 오픈 플랫폼'을 열고 유권자들을 적극 공약하곤 했다. 야권에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메타버스를 이용해 질의응답을 진행하기도 했다.
⑦'현대사 명암' 전두환·노태우 사망
한국 현대사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웠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올해 한 달 간격으로 사망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항년 90세로 숨을 거뒀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불과 29일 만이다.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 2명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였다. 헌정사상 16년 만에 직선제로 당선된 대통령이었다. 재임 당시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북방외교 등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12·12 군사쿠데타로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점과 5·18 민주화운동에서의 민간인 학살 개입 등은 과오로 남았다.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1980년 5·18 광주 유혈진압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남겼지만, 사죄 없이 떠났다.
⑧K-방역에 울고 웃은 文 대통령
올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방역 대응 전략에 따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르내렸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은 사실상 백신효과 예측 실패 정책으로 기록됐다. 위드 코로나로 인해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고 의료 체계가 마비되자 정부는 44일 만에 다시 거리두기를 단행했다. 하지만 연이은 방역 정책 수정으로 인해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은 이미 저조해졌고, '방역패스'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K방역 성과에 자찬했던 정부도 실패를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단계적 일상회복 중단 결정에 대해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⑨임기 말 40% 선 유지한 文지지율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임기 말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지난 23일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에 따르면 지난 20~2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2주 전 조사 대비 2%포인트 상승한 45%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5년 차 3분기(2021년 10~12월) 평균 직무 긍정률은 37%(지난 17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로,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높다.
⑩평행선 달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올해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문 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고립외교 악재가 겹치면서 교착 상태는 장기화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남·북·미 대화 재가동을 위한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제재를 되레 강화하고 나서면서 한·미 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은 북한은 한·미의 대화 제의에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내세우면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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