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생계수단 아닌데…권익위, 음주 면허취소 자체 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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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12-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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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 사정 고려 안해…무사고 기간 충족시 감경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음주운전 면허취소 처분 감경기준을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등 행정심판 사건을 부적정하게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8일 권익위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음주운전 면허취소 기준을 초과해도 일정 기간 무사고면 감경하는 것으로 검토요령을 운용한 권익위에 주의를 요구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음주운전 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다만, 운전이 중요한 생계수단이거나 면허취소 처분 개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면허정지로 감경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 기준과 다르게 무사고 운전기간(3년)만 충족하면 감경 대상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행정심판위원회에 상정했다. 중앙행심위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음주운전자의 행정심판 청구를 심리·의결한다. 위원 4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가 담당한다. 소위는 권익위가 인용, 일부인용(감경), 기각, 각하 등 취소 처분 사건에 내린 판단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권익위가 개별·구체적 사정 여부와 관계없이 감경 대상을 검토하고, 보고서 참고사항에 감경기준과 관련된 혈중알코올농도, 무사고 기간만 기재했다는 점이다. 또 행정심판 위원들에게 청구인이 제출한 청구서와 관련 증빙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권익위가 감경 대상으로 검토한 사건 6579건 중 재결된 사건이 6574건에 달했다. 무려 99.9% 수준이다. 이 중 운전이 생계와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려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교사, 대학교수, 의사 등이 231명 포함돼 있었다.

청구인의 직업, 직업 수행과 운전 관련성, 소득·재산 현황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앞서 2017년 2월에도 권익위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면허취소 기준 유명무실화 방지, 행정 통일성 확보 차원에서 검토요령 개정을 통보한 바 있다.

감사원은 "앞으로도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청구인이 고의로 청구서에 직업·소득 등을 거짓으로 기재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권익위원장은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 기준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의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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