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미·중 갈등 상황 속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하는 데 대해 "비스마르크의 다선 외교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여태 한국에 외교라는 게 별로 없었다. 미국과 같이 하면 됐다"며 "그런데 이제 미·중 갈등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왔다. 창조적 외교가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본 원칙은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관계를 명확히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토 폰 비스마르크 전 독일 총리의 다선 외교를 언급, "한국과 호주,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 미·중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나라와 모임을 만들어 하나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스마르크 전 총리는 1871년 독일 통일을 이룬 정치가다. 그는 '힘의 균형'을 중시한 현실주의 외교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이 위원장은 "어느 편에 설까 하다가는 힘들어진다"며 "이스라엘처럼 자기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까지 종전선언에 공들이는 데 대해 "우리 어젠다(의제)니까 밀고 가보는 것"이라며 "북한과 미국, 한국이 각자 자기 어젠다를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 약속했던 '동북아 철도 공동체'에 대해서는 "정권과 관계없이 학술대회와 지반조사, 용역, 설계 등을 꾸준히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29일로 70일 남은 다가온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대정신의 흐름을 탔다",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냐'"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세계질서 재편기...이스라엘처럼 자기 실력 가져야"
-외통위원장을 맡은 지 넉 달가량 지났다. 한국 외교가 나아갈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4개월 동안 느낀 점은 지금이 산업혁명 이후 세계질서 재편기와 비슷한 시기라는 점이다. 결국 근본적인 기술혁명을 해야 하고 사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또한 이럴 때 적어도 우리 정치인들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일과 일본·미국·영국이 국가를 통합하지 않고 오늘날에 이른 게 아니지 않으냐. 한반도 전체를 당장 통일할 것은 아니지만 네 나라가 주는 교훈은 나라를 하나로 만든 것이다. 그런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미·중 사이 어느 편에 설까 고민하다가는 더 힘들어진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어떻게 그렇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이스라엘의 한 지도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강자인 미국에 이스라엘이 왜 중요한지 끊임없이 얘기한다'고 하더라. 자신들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고 세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얘기한다는 뜻이다. 결국 자기 실력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에게 배터리, 반도체 기술이 없었으면 어땠겠느냐."
-미·중 갈등에 따른 단기적 압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역시 대(對)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중이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전략적으로 무한 경쟁하고 있지만 미들테크, 로테크에서는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기술에서 경쟁하면 생필품 가격이 비싸져 미국 중산층이 살겠느냐. 한국은 미국이 하이테크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니까 하이테크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고 중국과는 미들테크 분야에서 협력할 요소가 충분히 많다."
◆"베이징 올림픽 참여해야...남북 철도 서로 윈윈"
-미국의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보이콧 문제도 있다. 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4자 회담을 구상한 한국 정부 입지도 줄었다.
"우리 길을 분명히 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자기 노선의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자기 어젠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올림픽은 한 국가로 보면 국내 정치의 연장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탈정치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은 평창 동계올림픽 바로 다음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어서 한국은 참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이 기회에 동북아 지역에서 의미 있는 회담을 만들 수도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남북 관련 회의를 할 수도 있고 기후 위기 관련 회의를 열 수도 있다."
-미국은 결국 세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구상을 그리지 않나.
"북한을 제3지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처럼 북한을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10년 전부터 얘기해왔다. 미국 사람들도 입장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그렇게 되겠느냐'며 회의적이었지만 차츰 '북한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 북한은 중국이 용인하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갖고 있다. 미국이 용인하는 개방경제도 갖게 되면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게 미국과 중국 모두에 중요하지 않으냐. 또 북한을 지나는 열차가 놓이고 북한 항구가 개방되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을 개방시키면 모든 나라가 좋다."
-문 대통령이 임기 초 '동북아 철도 공동체'에 대해 얘기했는데.
"철도는 서로에 '윈윈(win-win)'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관계가 단절되면 모든 게 다 스톱(정지)이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철도를 놓는다고 해도 설계에만 몇 년이 걸린다. 북한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철도를 놓으려면 용역도 해야 하고 가스관도 묻어야 하고 공법도 고민해야 하며 지반조사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미리 해두고 나중에 남북 관계가 풀렸을 때 공사가 바로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술대회, 지반조사, 용역, 설계 등을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철도 설계에만 수천억원 이상이 들어갈 텐데 지금은 남북협력기금을 매년 1조원씩 배정하다가 남으면 일반회계로 보낸다. 그러지 말고 매년 적립해두는 게 좋다."
◆"종전선언 밀고 가야...국민 '전쟁 같은 삶' 끝내줘야"
-문재인 정부 마지막 빅이벤트로 종전선언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종전선언은 우리 어젠다니까 (되든 안 되든) 밀고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간 종전선언에 합의해도 북한 의사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과 미국, 한국이 자기 어젠다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우리 국력에 맞는 외교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게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 과거에 그랬듯 우리가 이제는 자주국가로서 우리만의 어젠다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전략도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만들어서 미국에 제안한 것 아니냐. 우리도 우리만의 어젠다가 있어야 한다."
-대선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지금은 미래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다. 관건은 또 다른 산업혁명, 즉 기술혁명을 이뤄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는 뜻이다. 둘째로 국민이 '이 전쟁 같은 삶을 끝내달라'고 하지 않느냐. 국민은 '왜 국가는 부자인데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라고 묻는다.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집 문제, 보육 문제, 교육과 노후 문제를 책임지고 국민의 이런 전쟁 같은 삶을 끝내줘야 한다. 기술 전쟁에 승리하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의 전쟁 같은 삶을 끝내야 한다."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높은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현재 국력만 높아졌고 삶의 질 부분에서는 세계 7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는 국민에게 지금 정권 재창출이 큰 의미가 없다. 정권 재창출로 나라에 혼란이 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새로운 정권이 탄생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것 자체도 절반의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이 후보가 민주당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 세력 아니냐."
◆"李, 시대정신 흐름 탔다...대통령은 결정하는 사람"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맞는다. 국민 40%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만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이유는 결국 부동산 때문이다. 민생 문제에 강한 후보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가 민생으로 가고 있고, 이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 또 하나는 국민은 혼란스러운 나라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시스템으로 집권할 필요가 있다. 또 국민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원한다.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에 100% 동의하지 않지만 국민 삶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 대 99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 시대정신 흐름은 이재명 후보가 탔다고 본다."
-내일 대선이 치러져도 정권 재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국민께 드리고 싶은 딱 한 가지 말씀은 '누가 일할 수 있을 것이냐'다. '나는 머리를 빌릴 수 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은 거짓말이다. 제가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있어보니까 대통령은 정말 불멸의 밤을 지새운다. 대통령은 결정해주는 사람이다. 회의를 열면 결정을 해줘야 한다. 남한테 맡길 일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고 본 것만큼 아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는 우리나라 최첨단 산업이 있는 성남시의 장을 해봤다. 복합행정을 해본 만큼 성과나 국정 운영이 훨씬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후보 자체가 절반의 정권 교체이고 또 시대 교체다."
-민주당에 대한 심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훨씬 겸손해져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제가 이 후보한테 '강을 건너고 나면 타고 온 배를 불 질러버려야 한다. 그래야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더 유능해지라고 (채찍질) 하는 것이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 아니냐. 그 부분에서 민주당이 더 절치부심해 답을 찾아야 한다. 또 이재명 후보는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얘기한다. 근데 한 분(윤 후보)은 독특한 사과를 하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항상 오류를 범하게 돼 있는데 오류를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촉수가 발달해 있느냐. 오류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정책을 빨리 전환할 용기를 가졌느냐' 이 점이 지도자와 지도자가 아닌 자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사과하는 후보와 이상한 사과를 하는 후보를 국민이 잘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이 위원장은 "여태 한국에 외교라는 게 별로 없었다. 미국과 같이 하면 됐다"며 "그런데 이제 미·중 갈등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왔다. 창조적 외교가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본 원칙은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관계를 명확히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토 폰 비스마르크 전 독일 총리의 다선 외교를 언급, "한국과 호주,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 미·중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나라와 모임을 만들어 하나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스마르크 전 총리는 1871년 독일 통일을 이룬 정치가다. 그는 '힘의 균형'을 중시한 현실주의 외교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 약속했던 '동북아 철도 공동체'에 대해서는 "정권과 관계없이 학술대회와 지반조사, 용역, 설계 등을 꾸준히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29일로 70일 남은 다가온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대정신의 흐름을 탔다",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냐'"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외통위원장을 맡은 지 넉 달가량 지났다. 한국 외교가 나아갈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4개월 동안 느낀 점은 지금이 산업혁명 이후 세계질서 재편기와 비슷한 시기라는 점이다. 결국 근본적인 기술혁명을 해야 하고 사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또한 이럴 때 적어도 우리 정치인들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일과 일본·미국·영국이 국가를 통합하지 않고 오늘날에 이른 게 아니지 않으냐. 한반도 전체를 당장 통일할 것은 아니지만 네 나라가 주는 교훈은 나라를 하나로 만든 것이다. 그런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미·중 사이 어느 편에 설까 고민하다가는 더 힘들어진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어떻게 그렇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이스라엘의 한 지도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강자인 미국에 이스라엘이 왜 중요한지 끊임없이 얘기한다'고 하더라. 자신들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고 세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얘기한다는 뜻이다. 결국 자기 실력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에게 배터리, 반도체 기술이 없었으면 어땠겠느냐."
-미·중 갈등에 따른 단기적 압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역시 대(對)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중이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전략적으로 무한 경쟁하고 있지만 미들테크, 로테크에서는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기술에서 경쟁하면 생필품 가격이 비싸져 미국 중산층이 살겠느냐. 한국은 미국이 하이테크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니까 하이테크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고 중국과는 미들테크 분야에서 협력할 요소가 충분히 많다."
◆"베이징 올림픽 참여해야...남북 철도 서로 윈윈"
-미국의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보이콧 문제도 있다. 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4자 회담을 구상한 한국 정부 입지도 줄었다.
"우리 길을 분명히 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자기 노선의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자기 어젠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올림픽은 한 국가로 보면 국내 정치의 연장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탈정치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은 평창 동계올림픽 바로 다음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어서 한국은 참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이 기회에 동북아 지역에서 의미 있는 회담을 만들 수도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남북 관련 회의를 할 수도 있고 기후 위기 관련 회의를 열 수도 있다."
-미국은 결국 세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구상을 그리지 않나.
"북한을 제3지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처럼 북한을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10년 전부터 얘기해왔다. 미국 사람들도 입장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그렇게 되겠느냐'며 회의적이었지만 차츰 '북한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 북한은 중국이 용인하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갖고 있다. 미국이 용인하는 개방경제도 갖게 되면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게 미국과 중국 모두에 중요하지 않으냐. 또 북한을 지나는 열차가 놓이고 북한 항구가 개방되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을 개방시키면 모든 나라가 좋다."
-문 대통령이 임기 초 '동북아 철도 공동체'에 대해 얘기했는데.
"철도는 서로에 '윈윈(win-win)'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관계가 단절되면 모든 게 다 스톱(정지)이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철도를 놓는다고 해도 설계에만 몇 년이 걸린다. 북한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철도를 놓으려면 용역도 해야 하고 가스관도 묻어야 하고 공법도 고민해야 하며 지반조사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미리 해두고 나중에 남북 관계가 풀렸을 때 공사가 바로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술대회, 지반조사, 용역, 설계 등을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철도 설계에만 수천억원 이상이 들어갈 텐데 지금은 남북협력기금을 매년 1조원씩 배정하다가 남으면 일반회계로 보낸다. 그러지 말고 매년 적립해두는 게 좋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빅이벤트로 종전선언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종전선언은 우리 어젠다니까 (되든 안 되든) 밀고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간 종전선언에 합의해도 북한 의사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과 미국, 한국이 자기 어젠다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우리 국력에 맞는 외교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게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 과거에 그랬듯 우리가 이제는 자주국가로서 우리만의 어젠다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전략도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만들어서 미국에 제안한 것 아니냐. 우리도 우리만의 어젠다가 있어야 한다."
-대선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지금은 미래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다. 관건은 또 다른 산업혁명, 즉 기술혁명을 이뤄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는 뜻이다. 둘째로 국민이 '이 전쟁 같은 삶을 끝내달라'고 하지 않느냐. 국민은 '왜 국가는 부자인데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라고 묻는다.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집 문제, 보육 문제, 교육과 노후 문제를 책임지고 국민의 이런 전쟁 같은 삶을 끝내줘야 한다. 기술 전쟁에 승리하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의 전쟁 같은 삶을 끝내야 한다."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높은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현재 국력만 높아졌고 삶의 질 부분에서는 세계 7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는 국민에게 지금 정권 재창출이 큰 의미가 없다. 정권 재창출로 나라에 혼란이 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새로운 정권이 탄생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것 자체도 절반의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이 후보가 민주당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 세력 아니냐."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맞는다. 국민 40%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만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이유는 결국 부동산 때문이다. 민생 문제에 강한 후보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가 민생으로 가고 있고, 이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 또 하나는 국민은 혼란스러운 나라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시스템으로 집권할 필요가 있다. 또 국민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원한다.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에 100% 동의하지 않지만 국민 삶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 대 99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 시대정신 흐름은 이재명 후보가 탔다고 본다."
-내일 대선이 치러져도 정권 재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국민께 드리고 싶은 딱 한 가지 말씀은 '누가 일할 수 있을 것이냐'다. '나는 머리를 빌릴 수 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은 거짓말이다. 제가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있어보니까 대통령은 정말 불멸의 밤을 지새운다. 대통령은 결정해주는 사람이다. 회의를 열면 결정을 해줘야 한다. 남한테 맡길 일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고 본 것만큼 아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는 우리나라 최첨단 산업이 있는 성남시의 장을 해봤다. 복합행정을 해본 만큼 성과나 국정 운영이 훨씬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후보 자체가 절반의 정권 교체이고 또 시대 교체다."
-민주당에 대한 심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훨씬 겸손해져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제가 이 후보한테 '강을 건너고 나면 타고 온 배를 불 질러버려야 한다. 그래야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더 유능해지라고 (채찍질) 하는 것이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 아니냐. 그 부분에서 민주당이 더 절치부심해 답을 찾아야 한다. 또 이재명 후보는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얘기한다. 근데 한 분(윤 후보)은 독특한 사과를 하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항상 오류를 범하게 돼 있는데 오류를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촉수가 발달해 있느냐. 오류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정책을 빨리 전환할 용기를 가졌느냐' 이 점이 지도자와 지도자가 아닌 자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사과하는 후보와 이상한 사과를 하는 후보를 국민이 잘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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