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초 국내 증시 활황과 하반기 투자은행(IB) 부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한 국내 증권사들이 2022년 새판짜기에 나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 등이 조직 개편을 마친 상태다.
이들 증권사 중 상당수가 리테일과 IB 등 모든 부문의 조직을 재정비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21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했지만 이를 IB 부문 수익으로 방어한 가운데 리테일 부문과 IB 부문 모두에 힘을 주며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과거보다 늘어 그동안 경쟁력 강화에 힘썼던 IB 부문뿐만 아니라 자산관리(WM) 등 리테일 부문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리테일 부문 '디지털·WM 경쟁력 강화' 방점
리테일 부문에서는 WM 및 디지털 전환 고도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대폭 신설하거나 재편했다.
교보증권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으로 미래 신성장 사업에 대한 성공적 투자뿐만 아니라 조직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VC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재편했다. VC사업부는 교보증권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디지털신사업본부와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 펀드 운용을 총괄해온 부서다.
한국투자증권도 eBiz본부, 해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개발담당, 연금전략담당 등을 신설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리테일 부문의 영업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2022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신한금융투자는 디지털 전환에 보다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Agile) 조직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그룹도 신설해 고객에게 보다 효율적인 WM 서비스와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신속한 고객중심 전략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고객 중심 트라이브도 신설했다.
지난 29일 조직을 개편한 KB증권은 기존 WM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 WM총괄본부를 WM영업총괄본부와 WM솔루션총괄본부로 확대해 기능별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WM솔루션총괄본부는 고객 대상 WM 투자전략, 포트폴리오 제공, 추천 상품 선정 기능 강화를 비롯해 사후관리 등을 통합 수행한다. WM영업총괄본부는 기존 지역 중심 영업채널을 고객별로 세분화해 고액자산가 대상 새로운 영업채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영업채널을 PB(프리미어블루)와 WM, '나무(Namuh)' 등 3개 채널로 전문화했다. PB본부 내에는 패밀리오피스지원부가 신설돼 VIP 고객 대상 WM 컨설팅 강화를 담당한다. Namuh영업본부는 기존 디지털영업본부를 재편한 것으로 모바일 증권 서비스 '나무' 채널을 전담한다.
◇중요도 커진 IB… 조직 세분화 중점
국내 증권사들은 리테일 부문에서 디지털 및 WM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했다면 IB부문에서는 세분화에 중점을 뒀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조직을 2총괄 16부문에서 5총괄 19부문으로 개편하면서 IB총괄을 복수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업영역별 전문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톱티어' IB로 도약하기 위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미래에셋증권 측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글로벌사업본부와 IB2본부 산하 ECM(주식발행시장)부 및 인수영업3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그룹 산하 PF전략부를 각각 신설했다. 해외 IB사업을 본격화하고 사업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KB증권도 IB총괄본부를 확대하는 동시에 커버리지2부와 SF(구조화금융)5부, 대체신디팀 등을 새로 조직했다. 우선 기업고객 대상 커버리지 확대 및 IB 종합 솔루션 제공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2개였던 IB총괄본부를 3개로 확대 개편했다.
또 기업금융2본부 내에 커버리지2부를 신설해 기업금융 영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기업금융1본부에는 해외 채권 발행을 전담하는 글로벌DCM팀을 확대 개편해 해외 채권 발행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SF5부와 대체신디팀은 IB3총괄본부에 신설된다. 이들 부서는 각각 구조화금융 사업 영업, 대체투자 관련 셀다운(Sell-down) 업무를 담당한다.
NH투자증권은 각각 Advisory(어드바이저리)본부와 부동산금융4부를 새로 조직했다. 어드바이저리본부는 인수·합병(M&A) 자문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IB1사업부 내에 편제된다. 부동산금융4부는 IB2사업부 부동산금융본부 산하에서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문 시장 확대 및 경쟁구도 변화에 대응한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22년 IB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리테일 부문과 IB 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으나 최근 줄어든 증시 거래대금이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B 부문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은 거래대금 둔화와 경쟁 심화, 금리 상승 등 증권업에 있어 도전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라며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가 있지만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데다 유동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 억제를 위해 정부가 금융투자시장 회복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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