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부인이 집에 들인 불륜남, 주거침입죄 적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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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인턴기자
입력 2022-01-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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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전원합의체, "공동거주인 중 1인의 승낙만 있다면 주거침입죄 성립 안한다"

  • 간통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최근 대법원은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이 있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공동거주인 중 한 명의 승낙만 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동거주자가 부재중일 경우 현재 주거지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만 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37년만에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변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법 전원합의체는 외부인이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구역에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공동주거에 들어간 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인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부인이 열어준 공동현관문을 통해 주거공간에 들어간 사건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적용,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주거침입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전합 판결의 쟁점은 공동주거에 있어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추거침입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9인)은 외부인이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 측 대법관들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규정하고 현재하는 거주자에게 승낙을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이전까지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이 있어도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주류를 이뤘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판례에 대한 학계 다수의 비판을 받아들여 주거침입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전합 판결과 다른 취지의 종래 판결은 모두 변경됐다.

다만 전합 판결에 따르면 주거 내에 현재하는 다른 거주자가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것 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주거 내에 현재하든 부재중이든 그가 주거 내에서 누리는 주거평온의 내용과 보장 정도는 동일한데도 각각의 경우에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나 법적 성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침입’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전합 판결은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법조인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명확성의 원칙상 범죄의 구성요건은 사회 일반인의 관점에서 예측 가능성이 있도록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사실상 간통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간통이 형사상 처벌되지 않는다고 해도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 간통을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상간자 등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거침입행위가 손해배상 액수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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