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던 돈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추가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새해에도 '역머니무브'는 계속될 전망이다.
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요구불예금 잔액은 659조7362억원으로 전월보다 9조9897억원 늘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는 83조6811억원 증가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정기예금이 한달 새 6조원 넘게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이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든 원인은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와 더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까지 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식,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투자 여건이 좋지 않으면 갈 곳을 잃은 돈이 요구불예금 통장에 몰린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수신 금리가 눈에 띄게 오른 점도 한몫했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는 최대 0.4%포인트 올랐다.
올해도 요구불예금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한 데 따라 한은 역시 이에 발맞춰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정도 인상해 기준금리가 올해 말 1.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오는 14일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시중은행은 모처럼 쌓인 돈을 반기는 분위기다. 은행 입장에선 요구불예금이 쌓일수록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약정 기간이 없는 만큼 은행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가 거의 없어 은행 마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요구불예금은 이자율이 낮아 은행 입장에선 조달비용이 적게 들어 효자로 통한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금리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정기 예·적금 증가세가 예전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각각 654조9359억원, 35조1007억원으로 11월보다 각각 79억원, 3987억원 줄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완화했던 유동성, 예대율 규제를 오는 3월 이후 정상화 한다. 정상화 속도에 맞추려면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대출잔액 대비 예금잔액이 많아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격적인 머니무브라고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투자 대기 자금과 주식 시장에서 흘러들어 온 자금 상당수가 유입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 증가세 추이를 계속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만약 요구불예금 유치가 필요할 경우 예·적금 특판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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