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현재 주어진 문제에 집중하면서도, 해당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인공지능(AI) 모델은 한 문제에 집중해 해결능력을 높이면 다른 문제를 푸는 성능이 떨어지고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력을 높이면 특정 문제를 푸는 성능이 낮아진다. 국내 연구진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된다.
카이스트(KAIST)는 이상완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 기반 AI 기술을 이용해 AI 난제 중 하나인 '과적합-과소적합 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를 풀었다고 5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이상완 KAIST 교수와 김동재 박사가 주도하고 정재승 KAIST 교수가 참여했다. 관련 연구 논문은 '강화학습 중 편향-분산 상충 문제에 대한 전두엽의 해법'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셀의 오픈 액세스 저널인 셀리포트에 지난해 12월28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인간은 현재 주어진 문제에 집중하면서도(과소적합 문제 해결), 당면 문제에 과하게 집착하지 않고(과적합 문제 해결) 변하는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대처한다. 연구팀은 뇌 데이터, 확률과정 추론 모형,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 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이론적 틀을 마련하고 이로부터 유동적인 메타 강화학습 모델을 도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중뇌 도파민 회로와 전두엽에서 처리되는 '예측 오차'의 하한선이라는 단 한 가지 정보를 이용한다. 뇌의 전두엽, 특히 복외측전전두피질은 현재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문제해결 방식으로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풀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치의 한계를 추정한다. 어떤 문제를 특정 방법으로 풀때 '이렇게 풀면 90점까지는 받을 수 있어'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일례다.
또 사람들은 변하는 상황에 따라 최적인 문제해결 전략을 유동적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과소적합-과적합의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이 방법으로 풀면 기껏해야 70점이니 다르게 풀어보자'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이상완 교수 연구팀은 2014년 해당 전두엽 영역이 환경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강화학습 전략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해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이 뇌 영역이 인과관계 추론 과정에도 관여한다는 사실(2015년)과 문제의 복잡도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사실(2019년)도 발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인간 본인의 학습·추론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는 인간의 메타인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AI가 풀기 어려워하는 현실 세계의 다양한 상충적 상황들을 풀어낼 수 있는 '전두엽 메타 학습 이론'을 정립해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더불어 이번에 개발된 메타 강화학습 모델로 간단한 게임을 통해 인간의 유동적 문제해결 능력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스마트 교육이나 중독과 관련된 인지 행동치료에 적용할 경우, 상황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 자체를 향상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연구팀은 "차세대 AI, 스마트 교육, 인지 행동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력이 큰 원천 기술로 최근 국내외 특허 출원이 완료된 상태"라고 했다.
김동재 박사는 "인간 지능의 특장점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연구 중 하나ˮ라고 강조했다. 이상완 교수는 "AI가 우리보다 잘 푸는 문제가 많지만 반대로 AI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에게는 정말 쉽게 느껴지는 경우들이 많다, 인간의 다양한 고위 수준 능력을 AI 이론 관점에서 형식화하는 연구를 통해 인간 지능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연구팀은 KAIST 신경과학-AI 융합연구센터에서 기반 기술을 활용해 인간 지능을 모사한 차세대 AI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딥마인드, IBM AI 연구소,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옥스퍼드대 등 국제 공동연구 협약 기관과 공동연구로 기술 파급력을 높인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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