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하고 정치적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다. '별의 순간'을 띄우며 윤 후보 지지에 나섰던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33일 만에 국민의힘을 떠났다. '차르(김 전 위원장 별칭)'와 결별한 윤 후보는 선대위의 '백지 위 재건'을 택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러나 복수의 정치평론가들은 5일 "윤 후보 본인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상황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도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의 향후 모습에 따라 승부수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지 위 재건 택한 尹…차르 "비전 없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의 '매머드 선대위'를 해체하고 2030 실무자 중심의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정책·전략·홍보 정도의 핵심 기능만 남기며, 선대본부장은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이 맡는다. 권 의원은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와 검찰 선배다.
권 의원은 "(윤 후보가) 위원장도 없고, 병렬적 구조에 더해 밑에는 기능 단위로 상황실 등 일정, 메시지, 전략을 구성하는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조직으로) 구성되는 선대위로 개편한다고 했다"며 "지금 후보 지지율이 조금 낮은 상황이지만, 노력하고 진정성을 보이면 얼마든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1일 1실언' 논란이 있을 만큼 실언이 잦았던 윤 후보는 이날 다소 정제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이고 그간의 논란에 거듭 사과했다.
윤 후보의 기자회견에 앞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불려온 권성동 사무총장, 윤한홍 전략기획부총장이 당직과 선대위직을 사퇴했다. 윤핵관이 '비선실세'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고 윤 후보의 쇄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또 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겨냥, "지금도 밖에 직책도 없는 사람이 영향력을 다 행사하고 있다"면서 "(권성동·윤한홍 의원이) 물러났다고 물러난 것인가"라고 일침했다.
◆"중요한 순간에 위험한 승부수"
당내에선 이번 윤 후보의 기자회견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선대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거기에 정치초보인 윤 후보가 다소 휘말렸던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번 쇄신으로 사람들이 많이 정리됐으니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희망했다.
실제 그간 작심발언으로 윤 후보와 날을 세웠던 이준석 대표는 "개편 방향성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제가) 주장해왔던 것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다소 달라진 기류를 보였다. 그는 권영세 의원이 선대본부장을 맡는 것에도 "권 의원과는 친분관계가 있고 평소 무엇보다도 선거 과정에도 일한 과정이 있어서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새로운 개편 체제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악연'에 주목하고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의 변수로 이 대표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평론가들은 윤 후보의 이날 기자회견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인 '본인 리스크'에 대한 실질적 대책, 즉 윤 후보 스스로 어떻게 변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누구누구를 선대위에서 배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변화된 에너지를 가지고 국민 앞에 나왔느냐가 중요했다"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변화를 주고 치고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혀 못 보냈다"고 평가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중요한 기로에 위험천만한 승부수를 던졌다"면서 "윤 후보 스스로 얼마나 새롭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반전이 될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앞으로 선대위에는 윤석열 한 사람만 보이게 될 것인데, 기존에 선대위 조직보다 윤 후보 본인의 문제가 크지 않았나"라며 "'완전히 다른 윤석열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모든 정치인들이 말할 수 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