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노원구 중개업소 대표는 말했다. "집값 거품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면서도 이 거품이 언젠가 꺼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한다"고 말이다.
지난해 2030 젊은층은 '서울 집값은 무조건 오르게 돼 있다'는 확신을 갖고 영끌·빚투에 나섰다. 주변 30대 친구들은 말했다. "20대 때 낸 월세가 아깝다. 대출 받아 집 사고, 월세 낸 돈으로 이자를 냈으면 지금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을 텐데"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대출을 왕창 받아서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이들이 과감하게 집값 상승에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심리의 영향이 컸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수십여개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값이 폭등하자, '서울 집값=철옹성'이라는 공식이 머리에 깊이 박힌 것이다. 주택공급이니 기준금리니 전문가들이 말하는 집값 변수를 하나씩 따져 매수를 결정한 게 아니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집단적 자신감이 매수에 나서게 했다.
다만, 이러한 심리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올해 주택시장의 방향을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문제다. 여야 할 것 없이 대권 후보들이 집값을 잡겠다며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선이 끝나면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는 대선, 집값 상승 믿음을 깨뜨릴 사람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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