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9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씨(45)가 휴대전화를 최소 7대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7대 중 3대는 포렌식 작업을 마친 뒤 분석 중이다. 4대는 이미 파손된 상태로 확인됐다. 파손된 휴대전화 4대 중에는 타인 명의로 된 '차명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대전화가 모두 이씨 은신처인 경기 파주시에 있는 부인 명의 건물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회사 임직원과 공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경찰은 지난 7일 회사 재무팀 직원 2명을 불러 조사도 진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윗선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 등 오스템임플란트 임원진을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씨 변호인 역시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윗선 관여 정황을 실토했다.
이씨 변호인은 “횡령 자금 규모를 결정하고 금괴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언했다. 또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회장을 독대해 지시를 받은 적이 있고 회장에게 금괴를 절반가량 건넸다고 이씨가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씨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 YK에서 내용증명 답변을 받았다며 이번 범행에 회장의 개입과 지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우선 이씨 아내와 처제를 정식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씨가 75억원 규모 부동산을 아내와 처제 명의로 매입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파주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아내 명의로 28억9000만원에 구입했고 처제 명의로는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를 16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약 30억원의 제주도 고급 리조트 회원권도 아내 명의로 샀다. 지난해 12월에는 본인 소유 상가건물을 아내와 처제 부부에게 한 채씩 증여하고 건물 대출금도 상환했다.
이씨 아내는 지난 5일 이씨가 체포될 때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있었다. 해당 건물은 앞서 이씨가 아내에게 증여한 건물로 4층이 이들 부부 자택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집중 지휘하고 있고, 강서경찰서 전담인력과 서울경찰청 인력 등 40명 넘게 투입돼 있다"며 "서울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 4명도 현장에서 같이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외를 두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것이 국가수사본부의 지침"이라며 "혹시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국수본 차원에서도 관리·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횡령액은 약 1980억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의 96.67%에 해당한다. 역대 상장사 횡령액 중 최고 금액이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 8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은 이씨에게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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