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인 1200원을 넘나들며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자 달러화 중심의 외화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등 불확실성의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달러 기조의 지속 여부에 따라 외화예금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미국달러(USD)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94억3421만 달러(약 71조231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531억4596만 달러)보다 63억 달러가량 증가한 수치다. 1년간 개별 은행의 달러 외화예금 잔액 증가폭은 적게는 9억 달러에서 많게는 18억 달러에 이른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거주자외화예금 동향 자료를 보더라도 외화예금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거주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 맡긴 미국달러 예금은 작년 11월 기준 888억 달러(약 106조원)로 4개월 연속 800억 달러대를 유지하며 우상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달러화예금에 힘입어 전체 외화예금(1030억2000만 달러)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달러화예금 증가세는 기업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주도하고 있다. 외화예금 보유에 대한 흐름은 각 주체 별로 엇갈린다. 기업의 경우 해외채권 발행과 상환 예정 자금, 해외투자 자금 등 자본거래 관련 자금을 예치하면서 외화예금을 늘린(6월 77.7→11월 81.2%) 반면, 개인의 경우 강달러 기조 속 이익 실현 차원에서 달러를 내다 팔면서 소폭 감소(6월 22.3→18.8%)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중은행들은 강달러 기조에 발맞춰 환테크 관련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고객이 목표환율을 직접 지정해 목표환율에 도달하면 자동해지, 도달하지 않으면 자동 회전되는 정기예금 상품(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을 출시했고, 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외화 자산을 불려주는 환테크 챌린지(하나은행)나 외환 매매 예약 서비스(광주은행) 등을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한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 방침으로 오는 3월 이후까지 환율 변동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연내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역시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높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올 상반기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 등으로 외환시장이 강달러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경우도 달러 강세가 심화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약세에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치솟는 환율을 제어하지 못하면 물가 상승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는 만큼 정부나 통화당국 차원에서 시장 안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원화 가치를 높이고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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