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비대칭' 한·중 관계, 과거 잣대 아닌 새로운 차원의 협력 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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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2-01-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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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가치 공유를 위한 인식의 전환 절실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강산이 세 번 바뀐 30년이 지난 지금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가고 있다. 수교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상황을 보면 양국이 처한 상황과 주변 여건이 크게 차이가 난다. 협력을 저해하는 외부의 방해가 노골화하고 있고, 양국 내부에서도 신뢰와 기대감이 저하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편으론 과거와 같은 방식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협력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더는 환상이 존재하지 않고, 냉정한 현실만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관계가 확대되기보다는 오히려 축소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협력의 방향을 수정하고 차원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이유다.
 
이대로는 둘 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 실용적인 접근을 모색하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그 비교의 잣대는 경제와 안보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정면 도전할 정도로 큰 국가가 되기 위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지척에 있는 국가로서 중국의 위상 변화는 기회보다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상호 보완적이기보다 경쟁적으로 바뀌었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근본적으로 체제가 다르고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편을 든다. 미국은 중국의 확장 저지를 위해 전통적인 동맹을 묶는 축의 전환을 서두른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중국과 수교한 일본은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냉철한 현실주의와 실사구시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기도 하다.
 
양국 관계의 새로운 30년이 긍정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여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중요하다. ‘Old China’에 대한 허상을 버리고 ‘New China’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국이 더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고, 시장으로서도 특별히 우리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 중국 로컬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각축이 치열해지면서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산업이나 기술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판이다. 격차가 있지만 그렇게 크지 않다.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러브콜도 예전 같지 않고 시들하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관계도 상대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소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최근 양국 관계에서 특징적인 것은 갈수록 중국 속의 한국은 작아지고 있지만 한국 속의 중국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상황이 급반전되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의존은 줄고,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은 확대되고 있다. 작년 양국 교역량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선 것은 고무적이긴 하다. 무역수지 측면에서도 우리가 600억 달러 이상의 흑자 기조는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보다 중국에서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를 장착한 중국 상품에 대한 한국 내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으론 요소수 대란에서 경험했듯이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릴 정도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한 후유증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한국 기업의 수도 계속 늘어난다. 제조 기업에 이어 유통 기업까지 동참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상품을 외면하고 자국 상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지면서 중국 시장이 점점 한국 기업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 환경의 급속한 악화다.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색채 강화와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노골화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저하로 중국에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쟁의 전면에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빗장이 현저하다. 게임·영화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허가 보류와 한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 기술을 빼가는 사례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적 교류에서도 역전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드 보복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년 전 33만명과 비교해 현재는 26만명으로 무려 21%나 줄었다. 당연히 중국 내 한국 상권은 위축되고,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현저하게 약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꾸로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 수는 89만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44%에 달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중국인 중 중국 국적인 조선족 비율이 72%로 압도적이며, 이들이 지난 30년간 교류 확대 과정에서 최고 수혜자가 되고 있기도 하다. 축적된 부(富)로 상권을 넓히고 한국 내 알짜 부동산을 구매하면서 시장의 큰손이 된 지 오래다.
 
국가 간 교류가 심화하면 균형추가 일시적으로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대칭적 구조가 심화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쪽에서 반발심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지고 한국의 중국에 대한 영향력은 더 작아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류를 중단하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축소 지향적이 아닌 확대 지향적이 되어야 진정한 친구로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음을 서로가 인식하는 것이다. 시장이나 문화, 인적 교류의 영역까지 개방의 폭을 확대하고 이를 저지하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일방이 아닌 쌍방이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교 당시의 상호 필요에 의한 유대감이 사라지면서 양국 국민의 정서도 바뀌었다. 파트너로서 상대에 관한 관심이나 동경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갈등이 혐오로 번질 정도로 우려스럽다. 애국심으로 똘똘 무장된 중국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무시와 무차별적 횡포가 극한으로 치닫는다. 반사적으로 한국 MZ세대들의 반중(反中) 감정도 사상 최악이다. 깊어진 골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양국 관계의 발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장 절실한 것은 리더십의 복원이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회복이다. 4차 산업혁명, 기후 대응, 공급망 재편 등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글로벌 기회 선점이라는 공감대로 큰 협력의 틀과 그 방식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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