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이 전셋값 급등과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관련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도입된 지 2년이 안 된 점을 감안할 때 섣부른 손질은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중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계약갱신·종료 분쟁은 총 215건에 달했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81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관련 분쟁이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일컫는 ‘임대차 3법’은 세입자 권익 보호,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 달리 전셋값 폭등, 이중가격 현상 등 부작용을 유발하며 개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들어와 산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하자 법적 분쟁으로 치달은 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이와 관련해 집주인이 실거주를 내세우며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때 집주인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임대차 3법 시행 2년째인 올해 임대인들이 인상된 가격으로 신규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우려하고 당근책인 상생임대인 인센티브를 내놓기도 했다. 신규·갱신 계약 때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임대인에겐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거주 2년 요건 중 1년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임대차 3법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해법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임대차 3법을 두고 "제도를 새롭게 바꿔 생기는 혼선과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의 제도에 적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임차인은 당장 전·월세 갱신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있으나 2년 뒤 급등한 전·월세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임대차 3법의 맹점과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을 섣불리 개편했다가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임대차 3법을 무턱대고 조정하거나 중단했다가는 후폭풍이 클 것”이라며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어떤 제도든지 도입 초기에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며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바로바로 법안을 수정하면 부작용이 계속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차 3법 도입 이전으로 제도를 되돌리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수정·보완을 통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윤 연구원은 “전셋값 상승은 임대차 3법 제도상 문제인지 시장 내 신축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문제인지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제도 하나만으로 임대차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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