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일 '젠더 이슈'를 건들고 있다. 윤 후보는 이준석 당 대표와 갈등을 봉합한 이후 이대남(20대 남성) 맞춤 공약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이 후보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 등을 다뤄온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를 하며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7일 '닷페이스'와 인터뷰 촬영을 마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 인권이나 소수자 문제 등 젠더 이슈에 있어 이 후보의 평소 견해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며 "20·30대 여성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날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짤막한 글귀를 남겼다. 이후에도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윤 후보가 20·30대 남성을 겨냥해 발표했던 공약이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날 "'여성가족부 폐지' 등과 짧고 강한 페이스북 글귀로 20·30대 지지율을 많이 회복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렸다. 이날 본지와 통화한 전문가 4명 중 1명은 '젠더 이슈'가 윤 후보에게 이득이 된다고 봤다. 또 다른 1명은 이 후보에게 이득이 된다고 봤고, 나머지 2명은 누구에게도 손익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젠더 이슈'는 윤 후보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문제"라고 봤다. 윤 실장은 "윤 후보가 치고 나가는데 이 후보가 '그게 아니다'라고 세게 말을 못하는 국면이라 이 후보가 당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에게 이익이 된다고 봤다. 박 교수는 "'젠더'라고 집단화돼 있는 쪽이 100% 표로 끌고 가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가장 큰 불만이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 각종 차별 대우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조금만 끌고 올 수 있어도 이 후보에게 이익이 된다"고 분석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손익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유 평론가는 "'젠더 이슈'를 건드려서 20·30대 남성 지지율이 일단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남녀를 넘어서서 모든 층을 아우르는 지도자로서 적절성과 신뢰 문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그 누구의 손익도 아닌 국민의 손해"라며 "두 후보가 모두 '젠더 이슈'를 건드리는 것은 나라를 통합하고 발전시키고 미래로 끌고 가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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