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 개발모델로 '모아주택'을 제시하고, 오는 2026년까지 서울시내에 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3일 모아타운 시범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에서 모아주택 추진 기자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서울 저층 주거지 중 약 87%가 노후도 등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마땅한 정비 방안 없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재개발이 어려운 시내 저층 주거지를 대단지 아파트 인프라를 갖춘 동네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모아주택은 다가구 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서 블록 단위로 주택을 공동 개발하는 오세훈표 정비 모델로, 대지 면적 1500㎡ 이상이면 추진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재개발 등 대규모 정비사업은 정비계획부터 사업 완료까지 약 8~10년 걸리지만 개별 주택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절차가 생략돼 2~4년이면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면서 "열악한 도심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재개발의 병폐로 지목된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블록 단위 모아주택이 집단적으로 추진되는 10만㎡ 이내 지역은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모아타운' 개념도 도입하기로 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한 대상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2종(7층) 이하 지역에서 최고 층수가 기존 10층에서 15층까지 완화된다. 필요하다면 용도지역도 상향할 수 있다고 시 측은 설명했다.
모아타운당 국비‧시비로 최대 375억원까지 지원돼 지역에 필요한 도로, 주차장, 공원, 주민공동이용시설 등을 조성할 수 있다. 시는 서울시 공공건축가가 기본설계를 지원해 도시의 미학적 수준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범 사업지는 강북구 번동(5만㎡)과 중랑구 면목동(9만7000㎡) 등 2곳이다. 강북구 번동은 현재 재개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5개 블록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는 다음 달께 이 일대를 모아타운으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1262가구를 공급한다. 건물 배치와 층수 변화를 통해 5개 사업부지를 한 개로 묶어 개발하고, 지하는 통합해 주차장을 설치한다. 도로 양측에 도서관, 카페, 운동시설 등을 설치해 아파트급 인프라도 확충한다.
노후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중랑구 면목동은 현재 6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개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시는 면목역과 간선도로로 둘러싸인 약 9만7000㎡ 지역을 모아타운으로 지정해 2026년까지 약 1142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시가 직접 계획을 수립하고 중랑구가 사업시행주체와 함께 사업을 추진해 지하주차장 확보, 녹지비율 향상 등 전반적인 주거 환경 개선이 기대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두 개 사업지에서 2404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올해부터 매년 자치구 공모와 주민 제안을 통해 매년 20곳씩 5년간 100개의 모아타운을 지정하겠다고 했다. 우선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3월 2일까지 자치구를 통해 후보지를 접수한 뒤 시 선정위원회 평가를 거쳐 3월 중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지정한 13개 소규모주택정비관리지역 후보지에 대해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하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다음 달 금천구, 중랑구 등 일부 후보지를 발표하고, 그 외 후보지도 올 상반기 안에 관리지역 지정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지분 쪼개기 등 투기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지정한 소규모주택정비관리지역 후보지에 이달 20일을 권리 산정일로 고시할 예정이다. 공모를 통해 새롭게 선정되는 지역들에 대해서는 공모 결과 발표일을 권리 산정일로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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