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국내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리더십이 연임 제한으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1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용병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4조3653억원 달성이 기대되고 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4.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6조9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만 순이익이 1년 전 4895억원에서 7693억원으로 57.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연임에 제동이 걸릴 경우 조 회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조 회장이 2017년 3월 취임 후 목표로 삼아온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실현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매년 역대 최고 순이익 기록을 경신한 조 회장의 경영 역량도 개정안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금융은 순이익 2조4773억원으로 4대 금융 중에서는 가장 큰 폭인 89.5%의 순익 증가세가 예상됐다. 직전 분기인 4분기만 떼어놓고 봐도 순이익은 366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2195억원) 상승할 전망이다. 단순히 실적만 놓고 본다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를 계기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큰 과제가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1일 창립기념식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디지털 시대를 가장 앞서 열어나가는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상태다.
하지만 연임을 경영상의 실책이나 역량 부족이 아닌 연임 제한 법령만으로 막는 것은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보통신(IT) 등 이종산업과 경계가 무너지고, 핀테크와 빅테크의 도전이 거센 금융시장에서 손 회장의 안정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20년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을 때도 노조까지 나서 힘을 보탤 만큼 그에 대한 회사 내부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금융시장은 디지털, 마이데이터 등 대전환의 시기”라며 “리더십과 역량이 필요한 시기에 실력 있는 선장을 자주 바꾸는 것은 금융사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되는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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