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오는 2월 판교 분사무소를 오픈한다. 변호사 10여 명이 판교에 상주하고, 약 10명은 순환근무할 예정이다. 광장은 "판교에 있는 많은 기업들의 법률 수요가 있어 왔는데 거리적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 실시간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제1·2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은 총 1697개. 입주기업의 매출액은 무려 109조9000억원이다. 내년께 제3판교테크노밸리까지 모두 완공되면 판교는 약 2500개의 첨단 기업이 입주한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IT 공룡과 누가 친해지나··· "지속적 스킨십으로 빅딜 성사"
판교에는 2014년 법무법인 한결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분사무소를 냈다. 김희제 한결 대표변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한 판교가 발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에서 판교처럼 기업들이 집결할 만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2018년엔 태평양과 세종이 잇따라 판교 분사무소를 오픈하고 그 규모를 확장했다. 태평양은 지난 3일 판교오피스를 '판교 알파돔시티'로 확장 이전했다. 알파돔시티에는 카카오, 네이버, 크래프톤, 삼성SDS, NC소프트 등 국내 굴지의 IT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정의종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조(兆) 단위 기업공개(IPO) 자문이 모두 판교오피스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데 모이는 까닭은 빠르게 성장하는 IT 공룡과 신속하고도 지속적인 스킨십을 하기 위해서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 위주의 송무·자문 영역이 포화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판교 로펌들은 누구보다 빠르고 다르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중일 세종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까이에 있는 우리에게 빠르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자주 만나다 보면 회사에서 어떤 법률적 이슈가 발생할 예정인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장 수익 없어도 미래 위한 투자"··· 스타트업의 성장통
판교는 미래 유니콘인 스타트업을 공략할 수 있는 전진 기지다. 한결은 2014년 창업해 지난해 상장에 이른 AI 스타트업 '마인즈랩'에 대해 자문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세종은 지난해 '크로키닷컴' 인수와 '포티투닷'의 수백억원 투자 유치 때 자문을 했다. 태평양은 '무신사'가 시리즈 A 투자 유치 때부터 현재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자문을 제공했다.스타트업 자문은 '공공적인 측면 반, 미래를 향한 투자 반'이라는 것이 김희제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낮은 확률로 상장기업이 등장하지만 투자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인기 태평양 변호사는 "성장해서 상장까지 가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10조539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 투자액의 3배를 넘어선 액수다. 지난해 12월 실적이 집계되면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연간 스타트업 투자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적잖다. 상장기업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대부분 수익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은 인수합병(M&A)이 활발해 자문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조중일 변호사는 "앞으로도 판교 쪽 산업으로 돈이 많이 모일 것 같다"고 예측했다.
국경 간 거래 등 파이 키우는 로펌들
태평양은 판교 기업들이 최근 국내 이슈를 넘어 M&A나 해외 투자 등 보다 복잡한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 법률 대응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배달의민족·요기요, 이베이코리아 M&A와 야놀자 투자 유치 등 법률자문을 수행한 태평양은 국내법과 외국법이 얽힌 크로스보더 딜과 관련한 맨파워를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한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A와 각종 기업법무 자문을 수행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종은 IT 업계가 급성장하고 있는 분위기에 발맞춰 더욱 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세종은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분야 위주로 전략적인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판교를 예측했던 김희제 변호사는 "제3판교테크노밸리로 확장되는 현실에 비춰 앞으로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중견기업, IT기업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