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완화 등의 조치에 나서는 등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유동성 위축을 시사하면서 가치주가 성장주의 자리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2022년 성장주↓·가치주↑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새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곳은 모두 가치주에 속하는 업종들이다.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내 업종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업종은 보험이다. 보험은 이 기간 동안 10.84% 올랐다.
보험을 비롯해 철강·금속(7.68%)과 화학(3.55%), 운수장비(1.85%), 종이·목재(1.37%), 건설업(1.16%), 금융업(0.27%) 등도 코스피 지수가 2977.65에서 2921.92로 1.87% 하락하는 동안 비교적 양호한 오름세를 시현했다.
반면 상당수 성장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속한 업종은 큰 폭의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 기간 동안 하락폭이 가장 컸던 업종은 은행이다. 은행은 2022년 들어 15.74% 하락했다.
은행의 경우 통상 가치주로 분류되지만 카카오뱅크가 카카오그룹주 급락의 영향을 받으며 업종 하락세를 주도했다.
2021년 마지막 거래일을 5만9000원으로 마친 카카오뱅크는 2022년 1월 14일 4만6300원으로 21.53% 급락한 상태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같이 은행 업종으로 분류된 기업은행과 제주은행은 이 기간 동안 각각 4.85%, 6.04% 상승했다.
은행에 이어 의료정밀이 11.79% 떨어졌고 네이버(NAVER)와 카카오 등이 속한 서비스업도 10.49% 하락한 상태다.
가치주에는 개인보다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기관은 2022년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4조759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을 2672억원 순매수한데 이어 철강·금속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포스코(POSCO)를 937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현대미포조선(592억원), 현대글로비스(574억원) 등도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가치주, 가격 부담 적어… 금리상승기 수혜·인플레 헷지 기능도"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등 유동성 축소 조치로 실질금리 반등세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치주는 장기간 성장주 랠리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가치주에는 금융이나 전통산업군이 많이 포진돼있어 금리 상승기에 수혜가 가능하고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치주의 상승률이 성장주보다 높은 만큼 단기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시장 환경 또한 우호적인 것으로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불확실한 금융환경이지만 올해 몇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이는 실질금리 상승을 통해 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자극할 공산이 크고 성장주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은 가격 부담이 낮은 곳으로 모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모멘텀 둔화가 확인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오미크론' 변이 피크아웃 가능성 등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도 성장주 대비 가치주 선호를 자극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IT·자동차·철강 등 주목"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치주 전반에 대한 양호한 주가 흐름을 전망하면서도 특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에 대해 "2021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는 전 지역에서 2019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며 "신차 판매는 2년 연속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높아진 구매력을 감안하면 당분간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소진했던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가동률 상향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치주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금속의 경우 국내외 수요 모멘텀 둔화에서 벗어나 2분기부터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3월을 기점으로 중국 및 내수 수요 모멘텀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동계 올림픽 종료와 동절기 전력난이 해소되는 시점이고 국내는 대선 이후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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