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은 것." 정부가 지난 14일 여당과 청와대의 압박 끝에 71년 만에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확정했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수준(1.25%)으로 되돌렸다. 이 같은 당·정·청의 재정·통화정책 '미스매치(부조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16일 "완전히 반대 방향"이라며 혹평을 내놨다.
본지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가상으로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한 경제 전문가 6인(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특히 '전 세계발(發) 긴축 쇼크'가 다가오는 와중에 벌어진 재정·통화정책 엇박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우리도 전 세계적 추세에 맞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이라며 "그런데 한쪽(한국은행)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한쪽(정부)에서는 돈을 더 풀면 (자동차)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도 "국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완전히 반대 방향"이라며 "어떻게 해서든지 (두 정책 간) 조화를 맞춰서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정책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한쪽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한쪽에서는 추경을 편성한다니까 서로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전 세계적으로 통화당국이 (정책 기조를) 정상화하는 단계"라며 "한국 통화당국도 물가 상승 우려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추경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추경 편성이 국내 주가지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점쳤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도에 40.17포인트 내린 2921.92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자꾸 늘고 있고 재정 악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최근 주가지수가 계속 떨어지는 이유"라며 "추경을 또 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이 낙제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태기 교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이 낙제"라고 일축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문재인 정부가 여러 정책 수단을 썼지만 그 수단이 경제를 일으키는 쪽으로 작용한 게 아니다"면서 "출발점도 틀렸고 성과도 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광우 이사장은 각각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상당히 기대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추경을 편성하는 이런 모습이야말로 그간 좋지 않았던 (경제 정책) 평가를 더 나쁘게 만드는 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재정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필상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불안하고 민생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방만한 예산 중 불급한 것은 조정해서 쓰는 재정정책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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