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조선 빅딜] 대우조선, 다시 매물로···대선 변수에 '이동걸식 M&A' 험로 예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22-01-17 05: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한국조선,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 제출

  •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유지가 관건

  • 투자금 회수 늦어 대선후 통할지 의문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기업결합을 유럽연합(EU)이 불승인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기업결합이 3년 동안 지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과 연구개발 동력 등이 약화된 탓에 일반적인 공개매각 방식으로 선뜻 주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M&A) 계약에서 활용됐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매각 방식이 활용돼 새로운 주인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이 같은 매각을 이끌어야 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거취가 불분명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를 제출했다. 이는 13일(현지시간) EU 경쟁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EU 경쟁당국의 결정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은 행정소송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U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승산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최종 파악된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 산하에서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19년에 비해 지금까지 변화된 조선업 업황과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황을 반영해 다시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외 매각 가능성은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건조 기술 등 여러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유한 데다 방위산업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M&A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로 한화, 포스코, 효성, SM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들도 대우조선해양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9년 29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1조원 이상 적자가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말 200.3%였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297.3%로 악화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공개 매각으로는 매력이 떨어지는 매물이 된 셈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M&A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 때처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 매각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을 인수 후보자로 낙점하고 개별 협상을 거쳐 거래 구조를 설계했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중간지주사인 조선합작법인(현재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대신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의 지분(우선주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구성됐다. 

기업결합 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은 1조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기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넘기지 않고 그대로 대우조선해양에 유상증자해 인수회사 회생에 활용할 수 있었다. 향후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되사들여야 하는 과제가 남지만 어려운 작업은 아닌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공개입찰을 통해 인수 희망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보다 신속한 기업 회생을 우선시한 이 회장 특유의 매각 방식이다. 이 회장 산하의 산은은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해서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동부제철, 아시아나항공 등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기업의 매각을 차례로 정리할 수 있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자 후보군은 다시 한번 이 같은 매각 방식이 활용돼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이 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해 다음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이 같은 방식이 활용될지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 매각은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일부 기업에 부당한 특혜를 준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해 지난 2020년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 이후 새로운 산은 회장도 이 같은 매각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입지와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를 최대한 지연하는 이 회장의 매각 방식을 원하지 않을 리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일반 공개 매각으로 매각하기 어려운 만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새로운 거래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나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