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총 취업자 숫자는 2016년 2641만명에서 2021년 2727만명으로 5년 동안 86만명 늘었다. 숫자로 보면 조금 늘어났다. 그러나 그사이 15세 이상 인구는 147만명 이상 늘었난 것에 비하면 미약한 증가다. 인구가 늘면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2021년 15세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 60.5%인 데 비하면 인구가 147만명 느는 동안 취업자가 86만명(58.5%)밖에 늘지 못한 것은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다. 게다가 2019년 취업자 2712만명에 비하면 15만명밖에 늘어나지 못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취업자가 188만명 늘어난 것에 비해도 절반도 안 되는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명목 GDP가 2016년 1741조원에서 2021년 약 2050조원(명목 성장률 6% 가정)으로 18% 늘어나고 5년 동안 100조원에 가까운 일자리 예산을 쓰고도 취업자가 고작 86만명밖에 늘어나지 못했다면 취업자 1명당 1억원 넘게 돈을 쓴 셈인데 이런 문재인 정부 고용정책은 결단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총량적 부족함보다도 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첫째, 취업자의 연령 구성이 매우 우려스럽다. 즉, 가정을 꾸리고 육아와 교육을 담당하는 주역이라 할 30대와 40대 취업자가 심각하게 줄고 있다. 30대와 40대 취업자 숫자는 2016년 1250만명에서 2021년 1157만명으로 93만명 줄어들었다. 전체 취업자에서 304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47.4%에서 42.4%로 5%포인트 쪼그라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40대 취업자다. 40대는 2016년 683만명에서 2021년 631만명으로 52만명 줄어들었는데 30대에서 41만명 줄어든 것보다 더 많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늘 변명처럼 40대 인구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40대 인구는 2016년 862만명에서 816만명으로 46만명밖에 줄어들지 않았지만 취업자 축소 폭은 이보다 더 큰 52만명이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 폭 이상으로 취업자가 줄어든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변명은 코로나19를 들먹거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신통치 못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이미 40대 취업자는 2016년보다 33만명이나 줄어들고 있었다. 30대와 40대 취업자 축소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던 현상이다.
3040세대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취업자는 폭증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60대 이상 취업자 비중은 2016년 14.6%에서 2021년 19.8%로 5.2% 올라갔다. 3040세대 취업자 비중이 5.0%포인트 떨어진 것을 60대 이상 세대가 정확히 메웠다. 주지하듯이 60대 이상 일자리도 소득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일자리이기는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무의 질이나 기술이나 숙련도 면에서도 그렇고, 근무시간 측면에서도 3040세대가 종사하는 일자리와는 성격이 다를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전체적인 일자리 숫자는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하는 가운데 그 연령 구성이 3040세대에서 60대 이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노동시장의 구조가 매우 취약해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둘째로 고용원을 쓰는 자영업자가 뚜렷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2016년 고용원을 쓰는 자영업자는 158만명에서 2021년에는 131만명으로 축소되었다. 5년 동안에 27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 자영업자가 한 명의 고용원을 두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사라진 일자리는 27만명이고 평균 2명을 쓰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54만명의 고용원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결국 지난 5년 동안 고용원을 쓰는 자영업자는 27만명 줄고 고용원을 쓰지 않는 자영업자는 18만명 늘어나 전체로 보면 자영업자가 10만명 줄어든 셈이다. 자영업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고용 창출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제도권 고용에서 나온 근로자들 중에서 어느 정도 자본력과 경력과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자영업에 진출하면서 전체적으로 6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자영업의 고용 창출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영세화하고 있는 것은 3040세대의 취업 소멸과 함께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점이 되고 있다. 자영업의 몰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경쟁력과 자본력이 열악한 데다 대형 자본이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잠식되었고 그 위에 IT산업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 플랫폼 산업의 융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자영업 취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문제는 지금 통계로 나타나는 자영업 고용 상황은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 중에는 사실상 폐업 상황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대단히 많다. 자영업자 열 곳 중 넷 혹은 다섯 곳이 심각하게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가 그런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이 장기간 영업 제한 혹은 규제에 따라 과도한 부채를 안고 파산하게 되면 일자리 소멸의 문제를 초월하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영업 코로나 피해를 적극적이고 파격적으로 지원해 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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