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첫 시정 방침 연설을 진행했다. 시정 방침 연설은 일본 의회의 정기국회 개회에서 총리가 진행하는 연설을 가리킨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1만1300자의 전체 연설 중 코로나19 대응과 자신의 역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반면, 외교 부문에서 우리나라를 언급한 것은 단 한 문장에 그쳐 얼어붙은 양국 관계의 상황을 반영했다.
전체 10개 부분으로 구성된 해당 연설문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여덟 번째로 언급됐으며, 약 2200여 자로 쓰인 해당 부분 전체 중에서 단 46자에 불과한 언급이었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급격하게 악화한 양국의 관계를 반영한 표현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언급 정도는 점차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표현은 앞서 한·일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2019년 10월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에서 시작했다. 당시 우리 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고, 일본 측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같은 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또한, 그해 12월까지 양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따라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한 표현은 일본 측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 2020년 9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취임 첫 소신 표명 연설(임시·특별국회에서의 연설)에선 "한국은 극히(極めて·기와메테)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일한(한일)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해 일부 개선했다.
그러나, 스가 전 총리 역시 이후 지난해 1월 시정 방침 연설에선 '기와메테'를 빼고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언급해 외교적 중요도를 격하했고, 이를 기시다 총리도 이어 받아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에도 6900자에 달하는 전체 연설문 중 해당 발언은 단 두 문장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연설문에선 두 문장이 한 문장으로 줄어들고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라는 문장 조차 빠졌다.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노력을 규정하는 표현 마저 제외한 것이다.
이는 그간 기시다 총리와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정권이 되풀이해온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관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국 관계의 원인이 우리 법원의 판결에 있는 만큼,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날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적절한 대응' 역시 우리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시정할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가리킨다. 해당 판결이 다룬 일제 강점기의 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보상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했기에, 우리 법원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에서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외교·안보 부분에 대한 나머지 연설 내용에선 자신이 일본 정부의 새로운 외교적 접근법으로 제시한 '신세대 리얼리즘 외교'를 강조했다. 이 일환에서 그는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일 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실현을 위한 호주·인도·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유럽 국가 등과의 협력 강화를 피력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서는 최근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과 납북 문제 해결 등 두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우선, 기시다 총리는 "최근 거듭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미사일 기술의 현저한 향상 역시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추경 예한 자국의 '적 기지 (선제) 공격 능력'을 포함한 방위력 강화를 천명했다.
또한, 그는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자국 외교 현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규정하며 "이들 피해자의 빠른 귀환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으로 임하겠다"고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위해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한편, "납치·핵·미사일 등 여러 대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북·일(일·조)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독도를 부르는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봤을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이와 같은 기본적인 입장에 입각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상이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자국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것은 아베 전 내각 당시인 2014년 이후 9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하야시 외무상은 또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은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선 기시다 총리의 연설을 되풀이하는 반면, 해당 연설에서 빠졌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라는 문구가 하야시 외무상을 통해 언급됐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미·일, 한·미·일 사이의 긴밀한 연대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말한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을 표명했다.
◇1만1300자 중 '단 46자'...악화한 한국 관계 반영
17일 기시다 총리는 국회 시정 방침 연설에서 "중요한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하여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시정 방침 연설 중 기시다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에 대해 언급한 단 한 문장이었다. 전체 10개 부분으로 구성된 해당 연설문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여덟 번째로 언급됐으며, 약 2200여 자로 쓰인 해당 부분 전체 중에서 단 46자에 불과한 언급이었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급격하게 악화한 양국의 관계를 반영한 표현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언급 정도는 점차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표현은 앞서 한·일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2019년 10월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에서 시작했다. 당시 우리 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고, 일본 측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같은 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또한, 그해 12월까지 양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따라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한 표현은 일본 측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 2020년 9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취임 첫 소신 표명 연설(임시·특별국회에서의 연설)에선 "한국은 극히(極めて·기와메테)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일한(한일)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해 일부 개선했다.
그러나, 스가 전 총리 역시 이후 지난해 1월 시정 방침 연설에선 '기와메테'를 빼고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언급해 외교적 중요도를 격하했고, 이를 기시다 총리도 이어 받아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에도 6900자에 달하는 전체 연설문 중 해당 발언은 단 두 문장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연설문에선 두 문장이 한 문장으로 줄어들고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라는 문장 조차 빠졌다.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노력을 규정하는 표현 마저 제외한 것이다.
이는 그간 기시다 총리와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정권이 되풀이해온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관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국 관계의 원인이 우리 법원의 판결에 있는 만큼,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날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적절한 대응' 역시 우리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시정할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가리킨다. 해당 판결이 다룬 일제 강점기의 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보상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했기에, 우리 법원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에서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외교·안보 부분에 대한 나머지 연설 내용에선 자신이 일본 정부의 새로운 외교적 접근법으로 제시한 '신세대 리얼리즘 외교'를 강조했다. 이 일환에서 그는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일 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실현을 위한 호주·인도·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유럽 국가 등과의 협력 강화를 피력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서는 최근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과 납북 문제 해결 등 두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우선, 기시다 총리는 "최근 거듭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미사일 기술의 현저한 향상 역시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추경 예한 자국의 '적 기지 (선제) 공격 능력'을 포함한 방위력 강화를 천명했다.
또한, 그는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자국 외교 현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규정하며 "이들 피해자의 빠른 귀환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으로 임하겠다"고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위해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한편, "납치·핵·미사일 등 여러 대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북·일(일·조)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도 부연했다.
◇日외무상 역시 9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 망언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역시 일본 의회의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외교연설을 진행했다. 이는 일본 외무상이 새해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날 하야시 외무상은 자국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일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 보상 문제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약속을 어겼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독도를 부르는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봤을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이와 같은 기본적인 입장에 입각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상이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자국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것은 아베 전 내각 당시인 2014년 이후 9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하야시 외무상은 또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은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선 기시다 총리의 연설을 되풀이하는 반면, 해당 연설에서 빠졌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라는 문구가 하야시 외무상을 통해 언급됐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미·일, 한·미·일 사이의 긴밀한 연대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말한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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