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제일재경일보가 소개한 중국 위스키 바의 풍경이다. 중국에 위스키 소비 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 과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위스키를 즐겼다면, 현재 중국 위스키 시장을 주도하는 건 젊은 MZ세대라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중국에 부는 위스키 열풍 속 ‘중국산 위스키’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커졌다.
‘마오타이 나라’ 중국···위스키 수입액 갑절↑
중국 내 위스키 인기는 2021년 수출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국 주류 수입통계에서 독주(烈酒) 수입량이 42.3% 늘며 1억 리터를 돌파했다. 수입액으로는 88.9% 늘어난 16억4000만 달러(약 1조9500억원)어치다. 특히 위스키 수입액이 3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비 113.4% 증가했다. 수입량으로도 55.85% 늘어난 2213만 리터였다.중국인의 위스키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주류회사들의 실적도 호전됐다.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시바스리갈로 유명한 주류업체 페르노리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9.7% 증가한 88억2000만 유로(약 12조원)였는데, 이 중 중국 매출이 44% 증가한 10억 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중국 내 위스키를 비롯한 독주 제품 견인에 힘입은 것이다.
실제 중국 내 위스키 매출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2021년 120억 위안(약 2조2500억원)에 달한 중국 위스키 매출이 2025년 160억 위안으로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 위스키가 인기몰이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내 위스키 매출은 10년 전인 2012년 137억 위안에 달해 이미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해 말 시진핑 중국 지도부 출범 후 부패와의 전쟁을 외치며 사치 향락풍조를 척결했고, 이듬해부터 위스키 매출은 내리막을 걸었다. 2021년까지도 2012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은 바이주(白酒·고량주) 대국이다. 중국인들은 술자리에서 여전히 바이주를 즐겨 찾는다. 시장 컨설팅사 리스(Ries)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주류시장에서 위스키 비중은 1%에 불과한 반면, 바이주 비중은 96%에 달했다.
중국인들에게 바이주가 비즈니스 접대나 연회장에서 흥청망청 취할 때까지 마시는 술이라면, 위스키는 교양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분위기를 즐기며 대화를 나눌 때 한잔씩 마시는 술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 위스키로 ‘교양있게 한잔’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중국 매체 식스톤은 보도했다.
정즈리(鄭之禮) 페르노리카 아시아 마케팅부 부총재는 "지난 5년간 중국내 중산층 확대로 몰트 위스키(100% 보리(맥아) 원료로 만든 위스키)가 연평균 3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젊은 소비층 증가로 위스키가 차츰 술집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소비되면서 시장 기회가 커졌다고 기대했다.
광저우의 주식투자자 류취도 그중 하나다. 2016년 베이징의 한 사교 클럽에서 처음 위스키를 맛본 후 바이주에서 위스키로 전향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류취는 식스톤을 통해 “위스키는 브랜드·가격 면에서 바이주보다 선택지가 더 넓다”며 위스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류취는 접대 테이블에 올라오는 바이주는 보통 암묵적으로 마오타이를 선택하는 반면, 위스키는 가격차도 몇 백 위안부터 몇 만 위안까지, 심지어 백만 위안짜리도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비즈니스 모임에서는 여전히 바이주를 마시지만, 평소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거나 지인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때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길 때 위스키를 마신다고 전했다.
젊은층 ‘가볍게 한잔’ 문화에 위스키 선호도↑
중국 위스키 열풍을 주도하는 건 MZ세대 중심의 젊은층이다. 중국에선 가볍게 한 잔씩 즐기는 젊은 애주가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기성세대 음주문화를 거부하고 '웨이쉰(微醺)'을 추구한다. '적을 미(微)’, ‘취할 훈(醺)’, ‘적은 취함’이라는 뜻이다. 기분이 좋을 만큼 살짝 취기가 도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중국 위스키 전문 쇼핑몰 바이핑(百瓶·빌리온보틀)이 발표한 '2021 중국 위스키 백서'에 따르면 위스키 소비자 중 47%가 Z세대다. 또 중국 위스키 소비자의 55%가 '혼술'로 한두 잔씩 즐기는 위스키 문화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중국에서 위스키가 젊은층의 '선택'을 받게 된 데는 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의 공도 크다. 샘 피셔 디아지오 아태지역 사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위스키 문화 교육기관인 '디아지오의 위스키 아카데미'를 통해 1만2000명 넘는 잠재적 중국 위스키 애호가들과 접촉하고, 2017년부터 중국에서 세 차례 위스키 관련 행사도 열었다"고 전했다.
덕분에 중국인들의 위스키에 대한 이해도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중국 북서부 닝샤자치구 인촨시에서 위스키바를 운영하는 야오신씨는 "이곳 인촨 현지인들은 단순히 위스키 대명사인 잭다니엘·조니워커에서부터 싱글 몰트 위스키(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단일 양조장에서만 만드는 위스키), 일본 위스키까지 이해도가 넓은 편"이라며 "특히 대다수 고객들이 글렌피딕, 맥켈란 같은 주류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렌피딕과 맥켈란 브랜드의 2015~2020년까지 중국 시장 점유율이 각각 3배, 2배씩 증가했다. 이들은 과거 시바스리갈 같은 전통 브랜드가 지배했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가져오고 있다.
'중국판 야마자키' 탄생 기대감도
식스톤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중국 본토에서만 최소 십여개 위스키 양조장이 지어졌다. 대부분이 위스키를 생산하기 적합한 자연 기후환경을 자랑하고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남서부 지역에 집중됐다.
페르노리카는 지난해 쓰촨성 어메이산에 몰트 위스키 양조장을 지어 생산에 돌입했으며, 10년간 10억 위안 투자한다는 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디아지오도 최근 5억 위안을 투자해 윈난성 다리시 얼위안현에 싱글몰트 위스키 양조장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주류 기업들이 양조장을 짓고 '중국산 위스키'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식스톤이 소개한 중국 쓰촨성 라이저우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업주 우하오도 그중 하나다. 그는 중국의 곡주인 황주(黃酒)를 숙성시키는 통에서 스카치 위스키를 숙성 양조하는 등 중국 술과 위스키를 배합하는 방식으로 '중국산 위스키'를 만들려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에서 '중국산 위스키'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징둥에서 388위안에 판매 중인 샹거리라(香格里拉) 위스키에 대한 한줄평을 보면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2017년부터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상하이의 직장인 뤼씨도 중국산 위스키의 미래는 밝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엔 위스키 양조에 적합한 기후와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이 있다"며 "게다가 바이주나 황주 등 중국 만의 고유한 양조 기술도 있기 때문에 중국산 위스키를 맛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에서 주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국인 황씨도 식스톤을 통해 "중국 위스키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면 '중국판 야마자키'가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야마자키는 '일본 위스키의 대부'로 불리는 주류회사 닛카 창업자 다케쓰루 마사타카가 와인을 만들던 산토리와 협업해 1923년 오사카 야마자키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세워 만든 일본 대표 위스키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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